[안혜리 논설위원이 간다]한동훈의 13번 답변 거부... 이어진 인사 투명성 논란
민주당의 '한동훈 책임론' 팩트체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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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 업무 이관 때 "투명성" 약속
검증 논란 이어지며 책임론 부상
"기계적 자료 수집" 강조할수록
대통령실 책임 부각 아이러니
」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최종 검증 당사자인 대통령실이 아니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하고 있다. 본격적인 정치 입문 전인데도 최근 한국갤럽의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19%)를 오차범위 안에서 추격(16%)하고 있는 유력 주자에 대한 흠집 내기 의도가 아예 없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맡았던 검증 업무를 한 장관 취임 후 신설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가져갔기에 야당의 문제 제기를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로만 치부하기도 쉽지 않다. 민주당이 제기한 한동훈 책임론에는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 확인해봤다.
인사권 쥔 소통령 탄생?
윤 대통령 모교인 대광초·충암고·서울법대, 그리고 검찰 출신을 대거 등용했던 1기 내각·비서실의 '동창회 인사'는 정무적 판단이라 논외로 하자. 이외에도 윤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 3명이 '아빠 찬스'논란 등으로 줄줄이 낙마하고 음주운전 논란 후보자가 교육부총리에 임명되는 등 윤 정부 인사검증은 임기 초부터 '부실' 딱지를 붙이고 출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지난해 6월 출범했다. 야당은 대통령 최측근인 한동훈 장관이 인사 정보를 쥐고 검증까지 맡는 것은 "소통령의 탄생"(김남국 의원)이라며 극렬히 반대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5월 설명자료를 통해 '비밀'스럽고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사검증이 청와대(대통령실)가 아닌 정부 부처의 통상업무가 되면 오히려 '감시'가 용이해지고, 오히려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리스크까지 진다고 설명했다. 또 한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 중간보고를 받지 않을뿐더러 법무부는 대통령실의 인사 추천이나 최종 검증과 달리 '1차 검증' 실무만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 본인도 지난 10월 국감에서 "(인사 검증을) 1년 반 했지만 제가 누구 밀어서 됐다거나 누구 떨어뜨렸다는 얘기가 하나도 안 나오지 않느냐"며 "인사 개입 여지는 확실히 차단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추천과 비토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만큼 민주당의 소통령 운운은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여전한 인사 참사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0월 김행 후보자 낙마 직후 "검증 실패 책임자는 한 장관"이라며 "윤 대통령은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2월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때부터 "인사 실패를 책임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나라"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왔다.
검증 구멍 인정한 유일한 사례
실제로 1기 내각 임명 당시 상당수의 청문 보고서 불발이 민주당의 대선 불복성 성격이 짙었다면,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후엔 자질과 도덕성 면에서 윤 정부를 지지하는 보수 진영에서조차 부적격한 인물로 평가하는 인사가 적잖이 임명되면서 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렀다. 자녀 학폭 논란, 근무시간 중 주식 거래,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골프, 상습적인 과태료(세금) 미납에 따른 자산 압류…. 공직자가 아닌 일반 시민의 도덕성에도 한참 못 미치는 사례가 속출한 탓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독점으로 검증이 오히려 약화한 탓"으로 본다. 장 교수는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검증했다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정부기관의 협조를 받았다"며 "여러 기관이 크로스체크하는 게 구멍을 발견하기에 더 용이한데 거꾸로 검증 기관을 하나로 좁히다 보니 인사실패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아들의 학폭 논란, 더 정확히는 학폭 가해자 아들의 강제 전학을 막겠다며 피해자를 상대로 대법 판결까지 2년 동안이나 소송을 진행한 게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자진 사퇴한 검사 출신 정순신 국수본부장 후보자다. 야당에서는 정 후보자가 한 장관과 연수원 동기인 데다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무딘 검증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공세를 폈다.
한 장관은 당시 "(학폭 소송 사실을) 몰랐다"며 "일차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인사정보관리단이 하는 것이니만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지금 같은 시스템에서는 본인 확인 없이 파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라고도 했다. 한 장관이 지금까지 인사정보관리단의 1차 검증에 구멍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유일한 사례다. 특정 사안에 대한 검증 여부를 왜 밝혔을까.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야당의 무분별한 왜곡을 바로잡고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하는 차원, 그리고 인사 검증의 시스템 면에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한 장관이 정 후보자 검증내용을 사후에 확인한 후 사실관계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특수한 경우라는 얘기다.
투명성에 대한 시각차
문제는 이 특수한 경우 탓에 인사 검증과 관련한 불필요한 투명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11일 법무부 국감에서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 전원이 인사검증과 관련해 맹공을 퍼부었지만 한 장관은 "대상자나 내용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곤란하다"는 말을 13차례나 반복하며 답을 하지 않았다. 또 야당 의원들이 인사 책임론을 거론할 때마다 인사정보관리단의 업무는 "기계적 검증"(5차례)이라거나 "객관적 자료수집"(5차례)이라는 답변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발언만 보면 1년 전 본인 스스로 한 약속을 깨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는커녕 책임까지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
여기엔 정 후보자 사례 외에도 투명성에 대한 시각차 탓도 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나 김행 후보자의 비상장주식 등의 재산 검증과 관련해 야당은 해당 사실에 대한 검증 과정과 자료 취합 여부까지 밝히라고 요구한다. 이에 더해 후보자로 지명되지 않은 검증 대상자 명단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그게 투명성"이라는 거다.
한 장관이 부인할수록 도드라지는 대통령실 책임
반면 한 장관이 말하는 투명성은 자료 수집(법무부)과 판단 기능(대통령실)의 철저히 분리를 통한 견제와 균형이다. 가령 과거 민정수석실처럼 자료 수집은 물론 판단 기능까지 독점하고 있다면 누군가 특정 정보를 뭉개는 식의 불투명한 전횡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두 기능이 나뉘어 있으면 시스템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장관은 "인사 검증의 원칙상 어떤 검증 프로토콜이 있느냐, 검증 과정에서 특정 사실을 알았느냐 몰랐느냐에 대해 시원하게 답할 수는 없지만 그런 한계 안에서 최대한 국회와 언론에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시 강조하자면 검증의 투명성 여부보다 인사의 실효성이 훨씬 중요하다. 한 장관이 수차례 밝힌 것처럼 법무부가 객관적이고 기계적 정보 수집만 하는 것이라면 인사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실 몫이다. 한 장관이 책임론을 부인할수록 대통령실 잘못이 더 크게 부각되는 구조다. 대통령실의 인사 추천과 비토 행사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인사참사 역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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