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미군 주둔 70년, 동두천 시민이 뿔난 이유
경기도 동두천시 시민이 뿔이 났다. 동두천시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13일 오전 시민 500여 명 등과 버스 18대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으로 집단 상경해 범시민 총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정부 약속 10년 미이행’에 항의하는 행사다. 이 자리에는 박형덕 동두천시장과 김성원 국회의원(동두천·연천, 국민의힘), 시·도의원 등도 참여한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성원 의원 주관으로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 등이 참여한 가운데 ‘70년 안보 희생, 정부는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성명서 발표 및 규탄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동두천 시민들이 실력 행사에 나선 건 70년간 미군 주둔으로 처절하게 낙후된 지역을 회생시키고자 하는 절박한 사정에서다. 동두천시가 처한 현실을 보면 이들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두천시는 전체 면적 42%가 미군 공여지다. 그것도 대부분 시내 중심부에 있다. 시는 2014년 국방부 장관 면담을 거쳐 이듬해 반환 공여지에 대한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정부 주도 개발 약속을 끌어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결과가 없다. 게다가 2016년 반환 예정이었던 동두천 미군기지의 반환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동두천 지역경제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시에 따르면 미군 주둔으로 인해 연평균 3243억원(경기연구원 연구)의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 이를 70년으로 환산하면 22조원에 이른다. 이 결과 2020년 기준 동두천시의 지역 내 총생산(GRDP)은 1조7793억원으로 2015년(1조7243억원)에 비해 약 500억원(2.8%)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순위도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30위다.
행안부가 수립한 발전종합계획에 따른 1조5000억원의 민자사업 유치는 미군기지 이전 지연으로 계속 무산되고 있고, 매년 수백억원의 지방세수 손실도 보고 있다. 과거 2만 명의 미군이 사용하던 미군기지를, 4000명의 미군이 잔류하면서 기지 주변 상가는 40% 이상 폐업했다. 고용률은 3년 연속 전국 최하위, 재정자립도 5년 연속 경기도 최하위다. 인구 역시 2016년 9만8000명을 기록한 후 점차 줄어들어 현재 8만8000명이다.
동두천 시민들은 미군기지가 옮겨가고 있는 경기도 평택과 비교하며 정부의 형평성 있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평택의 경우 시 전체면적의 3%만 미군 기지로 제공했음에도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하는 것을 놓고 역차별이라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도 북부권인 김포·구리의 서울 편입이 추진되면서 동두천 시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높아져 가고 있다. 동두천시가 기대를 걸었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 동력도 약해지는 상황이다. 동두천 시민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70년간 희생을 치러온 동두천에 대해 지원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지금 묻고 있다.
전익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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