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신인감독 고사 위기
영화 ‘서울의 봄’이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곧 개봉할 이순신 3부작 마지막편 ‘노량: 죽음의 바다’ 전망도 낙관적이다. 모처럼 대작 흥행 덕에 극장가에 훈풍이 돌았지만, 차세대 감독을 육성해야 할 영화계의 수심은 깊어간다. 영화제 및 창작·제작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내년도 영화진흥위위원회 예산안이 현실로 다가와서다.
영화제 육성지원사업,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 예산은 절반가량 쪼그라들었고 지역 관련 지원 예산은 아예 사라졌다. 피해를 보는 건 영화인생을 막 시작한 신인감독·영화학도들. 극장가 보릿고개 탓에 영화 투자가 말라붙은 현실도 그들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업계에 발붙이려면 OTT 드라마 제작에 투입되는 게 유일한 답’이란 얘기가 공공연한 요즘이다.
최근 데뷔작을 개봉한 한 1990년대생 감독은 “극장에서 걸리는 저의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연출했다”고 했다. 그는 ‘영화감독 사관학교’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이번 독립 영화로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예전 같으면 여러 영화사에서 상업감독 데뷔를 제안받고 차기작 시나리오에 착수했을 법한 조건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은 신인 감독의 비전이 실현될 가능성을 좁혀 놓았다. 그는 “제 목소리를 담은 시나리오를 써도 업계의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영화계도 ‘새싹’이 있어야 유지·발전된다. 그들을 키울 공공지원 창구가 좁아진 현실이 안타깝다. 세계적 거장으로 성장한 봉준호·박찬욱·나홍진 등도 한때 무명 감독이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다양성이 사라지면 결국 그 피해는 관객에게 돌아온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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