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 "이재용, 피해자라고 생각해 집행유예 선고"

정형식, 국정농단 재판서 이재용 당시 부회장에게 징역형 집유 선고
대법서 최종 파기환송…"결론 달리 판단한 것 인정, 존중한다"
"사형제, 위헌 여부에 논란 있지만…폐지해야 마땅"
차남에게 증여성 대출 논란에…"자식에게 이자 받는 부모 있겠나"

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2일 인사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정권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또 사형제를 두고는 "의견이 명확하다"며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부터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직도 이재용 부회장이 협박을 당한 피해자인가"라는 질의에 "네,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2018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1심에서 증거로 인정됐던 부분들이 2심에서는 대거 파기됐다. 정 후보자는 당시 국정농단의 주범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인 만큼 이재용 회장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한 '요구형 뇌물'이었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로 그는 '적폐 판사'라는 오명을 쓴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 법원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 해당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파기환송된 것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올라가서 저희와 결론을 달리 판단된 것은 인정한다"며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2심 판결 이후 24만명 정도의 반대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랐는데, 특정 사건 결과를 두고 재판부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질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숙고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를 돌이켜보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청원이 일어난 것 자체가 상당히 놀라웠다. 20만이라는 숫자는 보통 숫자가 아니다"라며 "그 많은 사람이 저의 판단에 대해 잘못됐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숙고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형제를 두고는 "위헌 여부에 논란이 많이 있긴 하지만 그 부분에 관해선 의견이 명확하다"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사형제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중범죄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뉴시스

강력 성범죄를 저지른 뒤 출소한 이들의 거주지를 제한하겠다는 한국형 제시카법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평가하진 않았다. 다만 "사회가 좀 더 많은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비록 범죄를 저질러서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처벌로 끝나야지 그 이후에 어떤 (추가) 조치들, 강한 처벌 또는 실질적인 처벌을 가하는 것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자녀에게 1억7000만원을 빌려주고 연 0.6%의 이율을 책정한 것에 대해서는 "제 아들처럼 부모에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에 처하지 않은 국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상대적 박탈감에 젖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 부분은 제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자식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는 부모가 있겠느냐"며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자녀들에게 관용여권을 발급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굳이 관용여권을 발급받을 필요가 없었지만 발급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들 비용은 내가 부담했다"고 해명했다.

다른 의원이 재차 '자녀들의 관용여권은 부적절한 것이 맞지 않느냐'고 질의하자, 그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절차와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는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 정책을 펴는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치적 판단이 있을 때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재의 요구권을 행사했다. 지난 4월 양곡관리개정안, 5월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세 번째다.

정 후보자는 법무부 인사검증단에서 대법원장 혹은 대법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이 행정부 소속인 법무부 산하에 있으니까 외부적으로는 법무부가 사법부를 검증하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인사 검증을 누구에게 맡겨서 어떻게 할 것인가는 대통령의 결단"이라며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제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수완박법 관련 헌재의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