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벌레와 식물의 공존
식물에도 생로병사가 있다. 벌레나 균·바이러스의 공격에 맞서 싸우다 죽기도 한다. 식물이 무작정 당하는 것은 아니다. 식물은 벌레의 공격을 받으면 특유의 가스를 분출한다. 옆에 있는 식물에 위험을 알리는 방법이다. 위험신호 ‘봉화전송’이라고도 부른다. 이 가스를 감지한 인근 나무들은 톡신이라는 벌레 퇴치 화학성분을 만들어내 생존에 성공한다.
그런데 요즘 사정이 달라졌다. 식물의 이 같은 생존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 특정 벌레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특정 식물을 말살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런데 식물을 죽이는 벌레는 나쁜 생명체일까? 다 죽여야 할까? 과학자들의 판단은 다르다. 이 벌레가 있어야 수분(꽃가루받이)도 일어나고, 죽었을 때 분해자 역할도 한다. 식물은 벌레가 파고들어 생명을 위협하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벌레의 수를 제한한다. 이런 팽팽한 균형 덕분에 지금까지 숲은 자리를 지켜왔다. 그렇다면 이 균형은 왜 깨지는 걸까.
하루에도 지구에서는 수십만 평의 숲이 사라지고, 그곳에 밭이나 농장이 생긴다. 여기에는 바나나·파인애플·알로에·커피·차·옥수수 등 단일작물이 재배된다. 이 단일 작물은 벌레·균·바이러스의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 그러니 수효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식물의 자생력으로는 퇴치가 불가능해진다. 더 심각한 것은 인간이 대량으로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인데, 이게 또 다른 생명체를 송두리째 죽이는 원인이 된다.
그동안 내 정원에서 약을 친 경우는 없다. 그러니 죽는 식물도 생긴다. 그래도 정원의 식물이 다 죽어 초토화되는 경우는 절대 없다. 정원은 작은 지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내가 심었지만 분명 그들끼리의 생태계가 존재하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분명 종은 달라도 너와 나의 배려가 꼭 필요하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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