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측근에 거취 의견 물었다”…이르면 오늘 결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따른 후폭풍이다. 당내에선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의 한 축인 김 대표의 거취 표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서울 모처에서 극소수의 측근만 불러 자신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예정됐던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은 취소했고, 국회 당 대표실과 의원회관 사무실 문도 잠갔다.
김 대표의 거취가 처음 주목받은 건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의 희생을 압박하면서다. 혁신위의 험지 출마 내지 불출마 압박에 대해 김 대표는 “질서 있는 희생”을 강조하며 결단을 미뤘고, 이는 지도부와 혁신위 간 내홍의 단초가 됐다. 결국 ‘주류 희생’ 혁신안에 응하는 의원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위는 지난 11일 활동을 조기에 종료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 의원이 전격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발표하자 정치권의 이목은 김 대표 거취로 옮겨갔다. 여권 관계자는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김 대표의 선택지가 협소해졌다”고 했다. 김 대표의 선택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당 안팎에선 ▶국회의원 불출마 ▶대표직 사퇴 ▶불출마·사퇴 동시 선언 등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현재로선 김 대표가 이르면 13일 중 결단할 가능성이 크다. 평소 주재해 온 최고위원회의가 14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거취를 미리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당내에선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좀 더 크게 보고 있다.
김기현 지도부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SBS 인터뷰에서 “지금 대표직을 사퇴하면 비대위로 전환된다. 4개월 뒤 (총선)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할 타이밍을 놓쳐 결국 대표직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장 의원은 이미 지난주에 불출마를 선언하려고 했지만 김 대표가 먼저 결단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주기 위해 시간을 미뤄둔 것으로 안다. 결국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실기(失期)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에 대한 당내 여론은 악화일로다. 전날 김 대표의 사퇴를 주장한 서병수(5선)·하태경(3선) 의원을 겨냥해 ‘김 대표 체제 유지’를 주장한 15명 정도의 초선 의원들이 “X맨” “자살특공대” 등의 거친 표현을 써 논란을 자초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훨씬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눈감고 뭉개면서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술 더 떠 철부지 애들까지 동원해 반혁신을 외치고 있다”고 적었다.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여권 인사도 늘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페이스북에 “사즉생은 당 구성원 전체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김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적었다. 최재형 의원은 “당 쇄신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 당 지도부의 교체”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선출된 당 대표 두 명이 등 떠밀려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것이 당 대표들이 별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같이 일하는 대통령이 별나서 그런 건지 되짚어 봐라”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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