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출마 희망자만 가득…“희생 없이 이재명에 충성경쟁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 둘째는 이개호 정책위의장.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이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변화의 전기를 마련한 12일 더불어민주당에선 “계파 싸움과 출마 강행에만 골몰하는 친명계와는 정반대”라는 내부 지적이 나왔다.

전날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해 ‘사쿠라(변절자) 노선’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친명계 3선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김 의원은 “내일도 신당 얘기를 할 거면 오늘 당장 나가라”며 거듭 이 전 대표를 비판했다. 비명계가 자신을 “김민새(김민석+철새)”라고 비판한 데 대해선 “20년 전 저를 비판하며 오늘의 이낙연(전 대표)을 옹호하는 것은 위선이자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민주당을 떠나 정몽준 의원이 주도하던 국민통합21에 합류했다.

또 원외 친명계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지도부의 주의 조치에도 비명계 강병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정치인이 출마 지역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소명과 책임의 영역이다. 권리를 제한하는 일체의 부당한 압력은 사력을 다해 뚫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날 예정됐던 은평을 출마 선언은 여러 사정상 잠시 보류하겠다고 공지했다.

친명계가 이렇게 비명계 공격에 집중하자 당 내부에서는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고 당 대표에게 충성심만 보이는 게 유일한 필승 공식인가”라는 쓴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김민석 의원 행보는 이 대표에게 잘 보이려는 거 외에 따로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도 “윤핵관이 희생한 여당과 달리 민주당은 비례 의원마저 ‘이재명(대표) 팔이’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래서야 누가 험지에 나가겠냐”고 한탄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의겸·김병주·양이원영·유정주·이동주 의원은 각각 비명계 현역 지역구에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이를 놓고 비례 의원들이 양지만을 좇는다고 비판한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 공천 혁신이 어려워진 시발점은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출마였다”며 “본인이 황당한 출마를 한 전력자로서 주변 사람에게 어디는 나가지 말라고 주의를 내릴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여당은 공공기관장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라도 있지만, 야당은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한계도 야당 일각에서 거론된다. 2020년 총선에 불출마했던 3선 백재현 전 민주당 의원이 그해 12월 한국지방세연구원 이사장에 임명된 것처럼, 여당은 불출마 의원에게 보상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한 친명계 의원은 “장제원 의원은 대통령비서실장이라도 갈 수 있지 않냐. 여당 핵심의 불출마 선언은 높이 평가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장 의원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떠난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 이낙연 전 대표가 오는 18일 한자리에서 모일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함께 초청받아, 참석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은 통화에서 “가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지만, 확정은 아니다”고 전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