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전액션만 100분…김윤석이 그린 ‘이순신의 끝’

나원정 2023. 12. 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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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조선·일본·명나라 3국의 동북아 최대 해전을 펼친다. ‘명량’(2014)의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2022)의 박해일에 이어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역을 맡았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싸움이 급하다. 내 죽음을 내지 말라.”

스크린에 담긴 성웅 이순신(1545~ 1598)의 마지막은 고요했다.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20일)을 앞두고 12일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조선·일본·명나라 3국의 동북아 최대 해전을 펼친다. ‘명량’(2014)의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2022)의 박해일에 이어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역을 맡았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노량해전은 임진왜란 7년의 종지부이자, 조선·일본·명나라까지 3국 전함 1000여척이 싸운 동북아 역사상 최대 해상 전투다. 영화 상영시간 152분 32초 중 100분에 육박하는 해전 액션의 울림이 적지 않다. 유황불이 일렁이는 지옥도 같은 밤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의 북소리가 꺼지지 않는 심장 고동처럼 적진을 물리친다. 제작 규모도 ‘명량’(1761만명, 이하 관객 수)의 190억원, ‘한산: 용의 출현’(726만)의 312억원을 넘어 시리즈 역대 최고 제작비로 알려졌다.

3부작의 대미는 배우 김윤석이 장식했다. ‘명량’(2014)의 이순신 역 배우 최민식이 펄펄 끓는 ‘용장(勇將)’ ‘한산: 용의 출현’(2022)의 박해일이 지혜로운 장수였다면 ‘노량’의 이순신은 고독한 리더십이 빛난다. 3부작을 총지휘한 김한민 감독은 “워낙 큰 해전이고 조선·명 장수도 죽을 만큼 치열했다. 근접해서 싸운 난전이었다. 과연 표현할 수 있을까, 용기없음을 극복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면서 “크고 치열한 전쟁이 아니라 삼국 병사들의 아비규환 속 이순신 장군을 온전히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12일 시사 후 김윤석·백윤식·정재영·허준호·김성규·이규형·이무생·최덕문·안보현·박명훈·박훈·문정희 등 12명의 출연 배우와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지난 10년의 소회를 이렇게 덧붙였다.

김한민

“모두가 하나같이 전쟁 이유만을 바라볼 때 이순신 장군이 가졌던 고독한 화두, 바로 ‘(왜를) 열도 끝까지 쫓아서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지점에 집중했다. 그 치열한 전쟁 수행을 설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결국 장군이 돌아가시고 역사가 반복돼 일제강점기가 왔다. 어릴 적 제 고향 순천에 있던 왜성이 임진왜란 때 지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어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굉장한 두려움이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어 “철저한 대비와 전략으로 극심한 수세적 국면을 마침내 뒤집어내고 마는 이순신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조선에 귀순한 왜나라 출신 장수 준사 역은 ‘한산’에 이어 김성규가 맡았다.

알려진 역사가 오히려 긴장감의 활시위를 당기는 게 묘미. 결말만 알지 세세하게 몰랐던 전투상황을 실감 나게 그려서다. 새카만 먹빛 바다에 배 한 척이 불타는 걸 신호로 조선 수군의 횃불 화살이 장대비처럼 왜선에 쏟아진다. 이어 거북선이 왜선 진영을 격파하는 장면은 근육질 몸이 맞부딪히는 듯한 타격감이 생생하다. 실제 역사에서 노량해전에 거북선이 출전한 기록은 없다. 김한민 감독은 “거북선은 후대로 갈수록 많이 만들어졌기에 계속 재건된 것으로 봤고, 조선 병사에게도 큰 의지가 된 상징적 존재였기에 참전시켰다”고 설명했다.

배우 백윤식(사진 가운데)은 왜군 장수로 출연했다.

11월 18일 그날 밤 이순신의 예견대로 노량 바다를 덮친 왜선 500여척을 200여척 조·명 연합 수군이 지형과 바람 때를 맞춘 전술로 무찌른다. 이런 대규모 해전을 물 없이 촬영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때 사용된 강릉 아이스링크에 실제 크기로 재현한 판옥선 등 선박 세트를 지었다. 사전 애니메이션 작업, 시각특수효과(VFX), 롱테이크 촬영 기법, 조명 기술이 합세해 달빛·횃불에 의지한 밤 전투 장면을 세세하게 그려냈다.

명과 왜 각국 내부 장수들이 정치적 이유로 분열·배반하는 과정도 흥미를 돋운다. 그에 반해 이순신은 적군에 부역한 반역자들뿐 아니라 타국 백성까지 인본주의로 끌어안는 공명정대한 모습이다. 겉으론 흔들림 없는 그도 7년간 셀 수 없는 죽음의 업보에 짓눌린다. 아들 ‘면’(여진구)이 전사할 때 왜구가 악귀처럼 등에 들러붙어 다가가지 못하는 장면이 악몽처럼 머릿속에 반복된다. 김윤석은 “신념의 단호함이 있어 믿고 따르고 싶은, 그런 점에서 더 외로워진 이순신 장군을 표현하려 했다. 모두가 전쟁을 그만하자고 할 때 이순신 장군의 생각을 연기로 설득하는 게 힘들었지만 벅찼다”고 했다.

‘한산’에서 배우 안성기가 연기한 장수 어영담, 이순신 장군보다 어리지만 명석했던 전라우수사 이억기 등 앞서 전사한 캐릭터들을 극 중 이순신 장군이 동 터오는 바다에서 다시 보는 환상 장면은 사운드 효과를 묵음 처리해 먹먹함을 더했다. ‘노량’의 흥행 전망은 밝다. 800만 관객을 향해가는 ‘서울의봄’의 흥행 바통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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