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게, 더 효율화… ‘청정 수소’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

조민아 2023. 12. 12. 21: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 없는 궁극의 에너지 ‘그린 수소’… 2∼3배 비용이 문제
게티이미지뱅크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 수소’는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생산 단가가 높은 데다 국내 재생에너지 활용도가 낮은 편이어서 상용화 단계까지 갈 길이 멀다. 국내 연구진은 그린 수소를 비롯한 청정 수소의 생산 효율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도화하는 그린 수소 기술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들은 그린 수소 관련 연구 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그린 수소는 풍력, 태양광 등에서 나온 전기 에너지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생산한다. 전기 분해한 물을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수전해 수소’라고도 불린다. 생산 단가는 ㎏당 5달러 수준이다. ‘그레이 수소’(화석연료로 생산하는 개질 수소 등) 대비 2~3배 비싸다. 현재 그레이·블루(개질 수소에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적용)·그린 수소 중 그레이 수소의 생산 비율이 90%에 달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소재연구센터의 윤경중 박사 연구팀은 600도 이상의 물 전기분해에 활용할 수 있는 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나노 촉매를 개발했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고온 수전해 방식은 물을 분해하는 데 소모되는 전기 에너지가 적어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그런데 온도에 따른 소재의 부식이나 구조 변화가 문제였다. 특히 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나노 촉매는 고온에서 열화(물질 등의 성능이 나빠지는 현상)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막는 나노 촉매를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나노 촉매를 고온 수전해 과정에 적용했다. 그 결과 수소 생산량은 배 이상 늘었고, 650도에서 400시간 이상 성능 저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경중 KIST 박사는 “생산성과 내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앞으로 청정 그린 수소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유성종 박사 연구팀은 물을 전기 분해할 때 필요한 촉매를 담는 ‘탄소 지지체’의 부식 문제를 해결한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탄소 지지체는 수전해 과정에서 높은 전압과 물이 많은 환경에서 쉽게 이산화탄소로 산화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층 형태의 니켈-철-코발트의 이중수화물 물질을 탄소 지지체 위에 합성하는 방식을 적용해 부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 수소융복합소재연구실의 김선동 박사 연구진은 고온에서 수증기를 전기분해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전용 ‘스택’을 개발했다고 이달 초 밝혔다. 스택이란 여러 장의 수전해 셀과 금속 분리판, 집전체 및 밀봉재를 적층한 부품이다. 물 분해로 생산되는 수소 용량을 늘리기 위해 사용된다. 김선동 박사는 “그린 수소의 대량생산을 위한 고온 수전해 기술의 상용화는 곧 현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연 수소연구단의 김민중 박사 연구진은 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그린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고(高)내구성 니켈-철 이중층 수전해 전극을 지난 10월 개발했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으로 수전해 장치에 전압 상승으로 전극이 손상되고,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다.

이처럼 최근 그린 수소 연구에서 방점이 찍히는 부분은 상용화를 위한 ‘생산 효율화’다. 그린 수소 생산 과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재생에너지 활용과 수전해 기술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의 경우 한국의 지리적 여건과 인프라 부족으로 총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수전해 기술을 고도화해 효율화를 달성하겠다는 게 학계의 목표다.

연구기관 관계자는 17일 “그레이 수소는 이미 구축된 천연가스의 배관망을 활용해 생산이 어렵지 않은데, 그린 수소의 경우 안정적 생산이 힘든 상황”이라며 “그래도 궁극적인 목표는 그린 수소의 상용화이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연구기관 관계자는 “그린 수소는 아직 그레이, 블루 수소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당장 상용화는 어렵지만 관련 기술이 계속 축적돼야 기술 이전 및 상용화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도 청정수소 생산 경쟁

게티이미지뱅크

기업들도 청정 수소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SK E&S는 지난 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국내외 에너지 기업들과 블루수소 사업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 E&S는 충남 보령 플랜트에서 연간 25만t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경북 김천에 그린 수소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김천시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기술, 국내 에너지 기업들과 ‘오프그리드(Off-Grid) 그린 수소 생산과 활용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프그리드란 외부에서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제공 없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은 김천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 하루에 0.6t의 그린 수소를 생산·저장·운송하는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연구기관이 그린 수소 관련 기술을 기업에 이전한 사례도 있다. 최근 에너지연의 수전해 분리막 등의 기술은 GS건설에 이전됐다. 이 기술은 수소 생산 밀도를 3배 이상 향상시키면서, 수소와 산소의 혼합에 의한 폭발 위험을 억제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에너지연은 “그린 수소 관련 전후방 신산업 창출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위한 투자를 늘리면서 수소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수소 수요는 5억3000만t으로 2020년 대비 약 6배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030년까지 수전해 시설로부터 1000만t의 그린 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