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급등한 두산로보…흑자전환은 언제 [MONEY STOCK & BOND]
협동로봇 제조업체 두산로보틱스의 주가 상승세가 매섭다. 11월 한 달간 주가가 무려 150% 급등했다. 상장 첫날 5만1400원에 거래를 마친 두산로보틱스는 이후 3만원대까지 주가가 밀리며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11월 들어 주가가 치솟으며 순식간에 9만원 선을 돌파했다. 상장 당시 2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도 6조원대로 급증했다.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파죽지세를 달리며 투자자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탓에 선뜻 매수하기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기적으로 성장성 있는 산업임에는 틀림없지만, 최근 급등한 주가는 상승 여력이 높지 않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두산로보틱스가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이겨내고 주가를 증명할 만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조정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패시브 수급 영향 무시 못해
지난 10월 5일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의 당시 공모가는 2만6000원이다. 2026년 당기순이익 추정치(942억원)에 비교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치를 대입해 공모가를 산정했다. 당시 삼익THK, 라온테크, 화낙, 야스카와전기 등 4개사를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는데, 이들의 평균 PER은 38배 수준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보다 24% 할인한 18배의 PER을 적용했다. 만약 할인 없이 비교 기업들의 PER 평균치를 그대로 대입할 경우 시가총액은 3조5796억원으로 계산된다. 이 경우 주가는 5만50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상장 후 정확히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8만원을 웃돈다. 12월 5일 종가는 8만1700원. 공모가 대비 214% 높은 수준이다. 상장 당시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고 비교 기업들 PER을 그대로 적용할 때 계산된 주가와 비교해도 50%가량 높다. 최근 주가가 당초 회사의 예상보다도 가파르게 치솟았다는 뜻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제시한 증권사는 메리츠증권과 DS투자증권뿐인데, 두 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각각 2만9000원, 5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두산로보틱스 주가 급등 원인으로 기관 투자자 수급을 지목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기관은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1040억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845억원, 269억원씩 순매도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이처럼 두산로보틱스에 기관 수급이 몰린 이유는 패시브 자금이 흘러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특성상 코스피지수 내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커지면서 기관들의 기계적인 매수가 이뤄졌다는 것. 실제로 연기금은 11월 한 달간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141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압도적인 연기금의 순매수 1위 종목이다. 662억원어치 사들인 2위 카카오와 비교해도 2배 이상 격차가 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에 연기금 등 기관 수급이 쏠리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운용사들도 벤치마크지수가 계속해서 오르니 어쩔 수 없이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위기다. 이 정도 주가는 회사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상태인 만큼 상승 여력이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인 건 사실”이라며 “12월 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5조2000억원)에 상장 시 적용한 비교 기업의 평균 PER 38배를 적용해 역산하면 순이익 1352억원을 기록해야 합당한 기업가치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 개월 사이 실적 전망이 이렇게 극적으로 변화할 만한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며 “현 주가 기준 주가매출액비율(PSR)도 약 82배로 상장 당시 27배보다 3배 가까이 치솟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 관점에서 분할 매수 추천
전문가들은 두산로보틱스가 최근 높아진 주가를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실적을 증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격적으로 이익이 발생하는 시점에 대한 전망은 조금씩 다르다. 상장 시 회사가 제시한 이익 발생 시점은 2024년이다. 회사는 상장 전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2024년 영업이익 37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2025년 544억원, 2026년 956억원으로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2024년부터 이익이 발생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DS투자증권은 두산로보틱스가 2024년 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뒤, 2025년 4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본다. 2026년 흑자 규모는 980억원으로 예상했다. 2025~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회사가 제시한 가이던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2024년까지는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흑자전환 예상 시점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의 실적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외형이 확대되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평가다.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계속되고, 미국은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진 탓에 고객들의 로봇 신규 도입 결정이 유보된 영향이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로보틱스의 이번 3분기 매출도 예상치인 164억원보다 24% 밑도는 125억원에 그쳤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협동로봇에 대한 수요가 크게 확대되지 못했고, 업무협약(MOU) 체결로 기대를 모은 커피·튀김 솔루션 매출 발생도 고객 요구 사항을 반영하며 미뤄졌다”고 분석했다.
향후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산업용 로봇 강국인 일본은 물론, 중국 로봇 업체들도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국내 로봇업체의 환경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일본은 산업용 로봇업체가 많은 데다 수준도 높다”며 “로보락 등 중국 업체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노동 인구가 감소하고 규제가 완화되는 등 로봇 산업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시장이 개화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두산로보틱스가 시장 전망과 유사하게 성장이 가시화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동시에 최근 주가가 2025~2026년의 실적을 이미 반영하고 있는 수준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추천한다.
“두산로보틱스의 2026~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1137억~2133억원 수준으로 예상한다. 이에 비교 기업 PER 38배를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4조4000억~8조2000억원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다. 2024년 분기 중 흑자가 나는 구간이 확인될 때 시장은 확신을 가질 것이다. 투자자는 3~4년을 내다보고 조정 때마다 분할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8호 (2023.12.13~2023.1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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