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표’ 지배구조 모범 답안… 실질적 변화 ‘물음표’ 분위기

신재희,김준희 2023. 12. 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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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은행 지주에서 최고경영자(CEO)나 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지주 CEO들이 이사회를 자기편으로 구성해 '셀프 연임'하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 이사회와 사외이사 제도 개선과 관련해 총 30개 핵심 원칙을 제시했는데, 가장 관심을 끈 것은 CEO 선임 및 승계절차 관련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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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best practice) 발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은행 지주에서 최고경영자(CEO)나 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지주 CEO들이 이사회를 자기편으로 구성해 ‘셀프 연임’하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이런 발언과 함께 금감원은 이날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했다. 은행들은 당국과 정치권이 CEO 선정에 개입하는 상황에서 ‘모범 관행’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분위기다.

이 원장은 이날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정례 간담회에서 은행권 지배구조를 직격했다. 일부 금융지주가 CEO 후보 육성의 일환으로 도입하고 있는 부회장직 제도에 대해 “과거 특정 회장이 셀프 연임하는 형태보다 진일보된 제도인 것은 맞지만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 발탁과 외부 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꼬집었다.

차기 CEO 선임 레이스를 진행 중인 DGB금융에 대해서도 “(외부 후보자가) 현 회장이나 행장 등 유리한 사람들의 들러리를 서는 게 아닌가 하는 형태로 선임절차가 진행되면 적절치 않다”고 압박했다.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모범 관행은 이 원장의 발언을 문서로 정리한 ‘이복현표’ 모범 답안이다.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 이사회와 사외이사 제도 개선과 관련해 총 30개 핵심 원칙을 제시했는데, 가장 관심을 끈 것은 CEO 선임 및 승계절차 관련 내용이다.


우선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도록 했고, 각 절차 단계별로 최소한의 검토 기간을 부여키로 했다. 8개 금융지주의 최근 승계 절차는 평균 45일에 그치는 등 짧은 기간에 이뤄져 제대로 된 후보군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CEO 적정 후보군은 상시 관리하고, 연 1회 이상 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외부 후보군을 포함할 경우 자격요건, 추천 경로 및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그동안 이사회는 CEO의 ‘거수기’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학계 중심(37%) 편향성이 크고 여성 비중(12%)이 작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특정 전문분야나 직군·성별의 최소 인력 수나 목표 비율을 중장기 계획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감원은 은행별 특성에 적합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고, 은행 감독·검사에서 해당 모범 관행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될 가이드라인에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모범 관행으로 제시한 원칙이 30개나 되다 보니 금감원 눈높이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인지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원하는 대로 구색을 갖춘다고 해서 ‘CEO 권력 집중’이라는 본질적 구조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금융 당국의 간섭이 지금도 없지 않은데 이런 절차 개선안을 내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신재희 김준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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