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개국공신의 용퇴…장제원 “나를 밟고 총선 승리해달라”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 믿는다.”
국민의힘 친윤계 핵심 장제원(3선·부산 사상) 의원이 12일 이 말과 함께 내년 22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의 최대 공신으로 꼽히는 그는 지난해 8월 '윤핵관' 논란이 일자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고, 올해 3·8 전당대회 이후에는 “빈 배처럼 가겠다”며 당직도 거부했다. 그런 그가 “또 한번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며 세 번째 용퇴를 택한 것이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명이라 생각한다. 22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미 전날 선친인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찾아 ‘잠시 멈추려 한다’는 메시지로 의중을 드러냈던 그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제가 가진 마지막 공직인 국회의원직을 내어놓는다”고 했다. 이어 “(불출마가)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고 믿는다”며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당내에서는 “당의 변화를 위한 큰 물결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과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했고, 하태경 의원도 “다 죽어가던 혁신의 불씨를 장 의원이 되살렸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윤핵관 중의 윤핵관 리더로서, 대통령실과 당이 처한 엄중한 상황에 책임지는 결심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지난 10·11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로 인해 “장 의원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지난달 3일 ‘친윤·지도부·중진 희생안’(불출마 및 험지 출마)을 제시했을 때도 당내에서는 “결국 김앤장(김기현·장제원)의 용퇴 아니겠냐”는 인식이 공공연했다. 타이밍을 이유로 김 대표가 희생안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지난 7일 혁신위가 조기해체하고, 김 대표의 거취를 두고 당내 갈등이 극에 달하자 장 의원이 먼저 움직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 의원도 이날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비서실장 때부터 (불출마를) 생각해왔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각오했던 일”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권력 핵심으로 주목받던 장 의원이 당의 전면에 등장했던 건 3·8 전당대회다. 당시 지지율 1%대였던 김기현 후보와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맺으며 당선을 도왔다. 그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맹공하는 악역을 맡기도 했다. 이후 총선에 실권을 쥐는 사무총장설이 돌았지만, 그는 “빈 배처럼 가겠다”며 당직을 거부했다. 실제 장 의원은 이후 국회 상임위원장(과방위원장, 행안위원장)을 맡으며 의정활동에 집중했다.
이날 장 의원 불출마 선언문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부산 사상 지역구를 언급했다. 그는 “가슴이 많이 아픈데, 국회의원직에 대한 미련도, 정치에 대한 아쉬움 때문도 아니라 저를 한결같이 믿어주셨던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부산 사상에서 3선을 했지만 2012년 총선 때는 ‘문재인 대항마’로 낙점된 손수조 후보에게 밀리면서 낙천했고, 2016년 총선 때도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8월부터 4개월 동안 진행된 당무감사에서도 장 의원은 부산지역 최상위권 점수를 받았다. “당의 후광 없이 스스로 일군 지역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 의원은 이날 ‘혁신위의 요구에는 답하지 않다가 오늘 불출마 회견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 질문에 “2016년 4월 13일 무소속으로 당선된 날부터 우리 지역주민을 부모님처럼 모셨다”면서 “그런 부모님 같은 사상 주민을 ‘버리라’는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장 의원은 일단 중앙 정치무대에서 물러나지만, 총선 이후 윤석열 정부의 주요한 직책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2026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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