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싱글' 딴 나라 얘기…기초수급 대상 73%가 1인 가구

김기환 2023. 12. 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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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의 한 1인 전용 식당. 뉴스1

직장인 김모(40)씨의 삶은 TV에 비친 ‘화려한 싱글’과는 거리가 멀다. 김씨는 3년 전 이혼한 뒤 서울 종로구의 40㎡(약 12평) 규모 오피스텔에서 혼자 산다. 대출 2000만원을 낀 2억원 짜리 오피스텔이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한 달에 200만원 벌어 150만원가량 쓴다. 20~30대 시절 만나던 친구들은 결혼한 뒤 연락이 뜸해졌다. 주말엔 집에서 홀로 TV를 보며 때우는 경우가 많다. 김씨는 “평소엔 괜찮지만, 아프거나 우울할 때 외롭다”고 털어놨다.

통계로 드러난 대한민국 1인 가구의 평균적인 삶은 김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총 750만2000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했다. 1인 가구가 10가구 중 3가구꼴이란 얘기다. 1인 가구 비중은 1990년 9%→2000년 15.5%→2015년 27.2%로 꾸준히 오르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연령대별로 봤을 때 1인 가구 분포는 ‘M자’형에 가까웠다. 29세 이하(19.2%), 70세 이상(18.6%) 비중이 높았다. 이어 30대(17.3%), 60대(16.7%) 순이었다. 결혼 적령기인 2030 세대와 배우자와 이혼 또는 별거, 사별 등 이유로 홀로 사는 6070 세대의 1인 가구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010만원이었다. 전체 가구 평균(6762만원)의 44.5% 수준이다. 1억원 이상 버는 1인 가구는 2%에 그쳤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55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 평균(264만원)의 58.8% 수준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자산은 2억949만 원으로 전체 가구(5억2727만 원)의 39.7% 수준이었다. 1인 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비율은 30.9%였다. 전체 가구의 주택 소유 비율(56.2%)보다 25.3%포인트 낮았다. 주거면적은 평균 44.4㎡(13.4평)였다. 전체 가구 평균 주거 면적(68.3㎡)의 65% 수준이다.

1인 가구의 삶이 비교적 고달팠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항목이 국민기초생활보장(생계·의료·주거·교육) 수급 여부다. 지난해 기초 수급을 받은 1인 가구는 123만5000가구였다. 전체 수급 대상의 72.6%가 1인 가구다.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계급여는 1인 가구 중위소득의 30%(지난해 58만3444원) 이하인 경우에 지급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감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올해 5~6월 13세 이상 3만6000여 명을 설문한 결과 1인 가구의 50%가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전체 가구 평균(54.3%)보다 4.3%포인트 낮았다. “아플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67.8%)”라거나 “우울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74.3%)”고 응답한 1인 가구 비중도 각각 전체 가구 비중(74%, 79.8%)보다 낮았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 그룹장은 “1인 가구는 여럿이 함께 사는 가구에 비해 전반적인 생활 수준의 만족도가 낮다”며 “과거 가족이 수행한 많은 기능을 지역사회와 국가가 보완하는 식으로 고령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1인 가구 사회보장 수급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 가구 비율)은 47.8%였다. 전체 가구 빈곤율(30%)보다 17.8%포인트 높았다. 특히 노인층 1인 가구 빈곤율이 70.3%에 달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노년층 1인 가구는 늘어나는 추세다. 노후 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이 이뤄진다면 실버 푸어(노인 빈곤)’ 문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도헌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년은 그대로인데 연급 수급 개시 연령이 올라가면 소득이 불안정한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연금 일부를 조기에 수급할 수 있도록 '부분 연금' 제도를 도입해 줄어든 근로 소득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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