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뚜렷해진 3축 체계 강화 기조…국방예산 '80조 시대' 연다

이근평 2023. 12. 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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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약 349조원이 투입되는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방위력개선과 전력운영에 들어가는 재원이 연평균 7%씩 증가하는 방식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2028년에는 국방예산 80조원 시대가 열린다.


3축 체계 신규사업 14개 배정…GDP 대비 국방예산 3% 육박하나

12일 국방부에 따르면 연도별 국방예산은 2024년 59조6000억원, 2025년 64조3000억원, 2026년 70조원을 거쳐 2027년 74조8000억원, 2028년에는 8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방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2.54%에서 3%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일인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시가행진에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고위력 현무 미사일, 타우러스,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 등으로 구성된 3축 체계 장비들이 행진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대응을 위한 3축 체계는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로 이루어져 있다. 연합뉴스

5년간 소요되는 국방 재원 348조7000억원 중 눈에 띄는 건 113조9000억원에 해당하는 방위력개선비 항목이다. 이는 지난해 말에 발표한 2023∼2027년 국방중기계획 대비 6조5000억원(5.7%) 늘어난 수치다. 전력 증강 사업 규모가 2024년 17조8000억원에서 2028년 28조9000억원으로 연평균 11.3%씩 늘어난다는 의미다. 한 해 국방예산 비중으로 보면 29.9%가 36%로 커지는 셈이다.

군 당국은 3축 체계 능력 강화에 공을 들이면서 방위력개선 분야의 비중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3축 체계 예산은 5년간 41조5000억원으로 전체 방위력개선비의 36.4%가 배정됐다”며 “3축 체계에 신규사업 14개가 편성되면서 2023~2027 국방중기계획 대비 약 2조원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 초소형 위성 띄워 북한 30분 주기 감시

3축 체계 중 선제타격 개념인 킬체인(Kill Chain) 영역에선 '425 사업(군 독자 정찰위성 개발 사업)’ 위성 5기를 2025년까지 띄울 뿐 아니라 2030년까지 초소형 위성 수십기도 궤도에 올린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425 사업 완성으로 위성 5기가 정상 작동하면 북한을 2시간 단위로 들여다볼 수 있는데, 초소형 정찰위성 40여기를 추가로 띄우면 그 주기를 30분 내로 단축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한 고체연료 미사일의 연료 준비 시간이 20~3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제타격 전 북한의 이상동향을 파악하는 게 그만큼 용이해진다.

우리 군 최초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지난 2일 새벽 3시19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하고 있다. 뉴스1

북한 갱도를 관통해 적 표적을 파괴하는 전술지대지유도무기-Ⅰ(KTSSM-Ⅰ) 전력화를 2028년까지 완료하고, 같은 기간 KTSSM-Ⅱ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정식 KTSSM을 이동식 발사대로 개량한 KTSSM-Ⅱ는 사거리도 180㎞에서 300㎞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00억원을 들여 KTSSM-Ⅲ를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계획에 포함된 군집·자폭드론, 전자기펄스탄(EMP탄), 정전탄(탄소섬유탄) 등 개발도 킬체인과 연관돼있다. 무게 3∼4㎏가량의 폭탄을 탑재한 드론 수십여 기로 북한 지도부와 발사 원점을 타격하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MP탄은 강력한 전자기펄스를 방사해 적 전자장비 부품의 오류를 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전탄은 전도가 높은 니켈과 탄소섬유를 결합해 만든 자탄이 터져 나와 적의 전력망을 파괴한다. 군 당국은 정전탄의 경우 2028년까지 개발은 물론 전력화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EMP탄과 정전탄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 전 단계에서 무력화할 수 있다. 이른바 '레프트 오브 런치'(Left of Launch) 개념이다.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국방부

복합·다층 방어체계 구축, 참수부대 능력 강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와 관련해선 현재 개발 중인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M-SAM-Ⅱ)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를 2028년까지 전력화하겠다는 내용이 처음 포함됐다. M-SAM-Ⅱ(천궁-Ⅱ)는 고도 30∼40km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 방어체계로 ‘한국형 패트리엇’으로도 불린다. ‘한국형 사드’인 L-SAM은 종말단계에서 하강하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고도 50∼60㎞에서 요격한다.

요격 고도를 40㎞ 이상으로 높인 M-SAM-Ⅲ, 요격 고도 60∼150㎞를 담당하는 L-SAM-Ⅱ도 개발한다. 이들 무기체계는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 미사일의 능력을 겨냥하고 있다. 예컨대 L-SAM-Ⅱ는 ‘공력비행’ 미사일을 장거리에서 요격하는 활공 단계 요격 유도탄을 함께 운용한다. 북한이 개발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활공 단계에서 회피 기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군 당국은 또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에 L-SAM 운용부대를 창설해 체계적인 요격망을 운용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고도 40∼150㎞의 상층부를 방어하는 주한미군 사드, 15∼40㎞의 하층부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 등과 함께 복합·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국방부의 구상이다. '한국형 아이언돔' 장사정포 요격체계도 2029년까지 개발될 수 있다고 한다.

사진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 6월 공개한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의 탄도탄 요격시험 모습. 국방부

중첩 감시 능력을 높이기 위해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 레이더)-Ⅰ·Ⅱ와 함께 탄도탄 추적 능력을 갖춘 정조대왕함급 차세대 이지스함도 전력화한다. 이지스함 중심의 해상기반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해군에 기동함대사령부를 창설한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대량응징보복(KMPR)으로는 '현무' 등 고위력·초정밀·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이 꼽힌다. 비닉 사업(대외비 국방 기술 사업)으로 개발되는 신형 현무 미사일의 경우 8t의 탄두를 싣고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목표물을 때릴 수 있어 ‘괴물 미사일’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하 100m 이상 깊이에 자리한 김정은 벙커에 직접 타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2022년 10월 1일 국군의날 때 북한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녀 핵 사용 시 응징·대응의 역할을 맡을 '괴물 미사일'의 모습이 영상으로 처음 공개됐다. 연합뉴스

유사시 김정은 등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에 나서 ‘참수부대’로 불리는 특수임무여단의 침투 능력도 향상된다. 이를 위해 군 당국은 공군 수송기인 C-130H의 성능을 개량하고 특수작전용 대형 기동헬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무인기 등 북한 비대칭 위협에 대한 대비태세도 이번 계획에 담겼다. 무인기를 전파 교란 등 비물리적 방식으로 무력화하는 능력을 확보하고, 레이저 대공무기 등으로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기도 전력화한다.


文 정부 역점 둔 경항모·합동화력함, 사실상 원점 검토

반면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경항모 사업은 이번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9년 발표된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서 2030년대 초 전력화를 목표로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경항모는 현 시점에서 추가적 연구용역을 진행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처음 제시한 합동화력함 도입 계획도 담기지 않았다. 합동화력함은 유사시 적 육상지역 표적을 바로 타격할 수 있도록 함정에 미사일을 탑재하는 한국판 ‘아스널십(Arsenal Ship)’이다. 본토의 미사일 기지 전체가 초토화되더라도 해상에 상시 떠 있는 함정에서 ‘제2격(Second Strike)’의 개념으로 반격 발사가 가능해 적국의 공격 결심을 무디게 만들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합동화력함 사업의 추진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해군 주관으로 개념설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업 모두 사실상 원점 검토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6월 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한화오션이 울산급 Batch-Ⅲ 호위함과 한국형 구축함(KDDX), 한국형 차세대 스마트 구축함(KDDX-S), 합동화력함 등 수상함 모형을 선보이고 있다.연합뉴스

방위력개선비를 제외한 전력운영비는 5년간 연평균 5%씩 증가해 모두 234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국방부는 이중 초급간부 이탈을 막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1조8000억원을 들여 보수 현실화, 주거여건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공개된 ‘23~27 군인복지기본계획’에서 경계부대의 소위 연봉을 4년 내 약 5000만원으로 올리고, 1인1실 간부 숙소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여기에 포함된다.

국방부는 부대계획 분야에선 상비병력 50만 명을 유지하는 동시에 군 구조를 피라미드에서 항아리형 구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초급간부는 올해 6만7000명에서 2028년 6만4000명으로 3000명 줄이고, 중·소령 및 상사 등 중간간부는 같은 기간 5만1000명에서 5만7000명으로 6000명 늘리기로 했다. 50만 명 중 간부 규모는 20만1000명에서 20만2000명 수준으로 확대된다. 인구 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현상을 대비한다는 취지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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