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테크 지금 들어갈까…다시 주춤한 엔화 상승 "내년 900원대"

하남현 2023. 12. 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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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상승세가 수그러들었다. 나홀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던 일본의 ‘금리 정상화’ 신호 등장에 엔화가 꿈틀댔지만, 일본은행의 대폭적인 정책 수정은 없을 거라는 관측이 뒤이어 나오며 엔화 상승 흐름이 꺾였다.

엔화 가치 상승세가 다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설 환전소 전광판 모습. 뉴스1


12일 오후 3시 30분 기준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3.68원을 기록했다. 전날 같은 시간 기준가(903.85원) 대비 0.17원 떨어졌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7일 전날(892.02원) 대비 13.36원 오른 905.38원을 기록하며 지난 10월 30일(903.1원) 이후 38일 만에 100엔당 900원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 11일과 이날 이틀 연속 내려가며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

원·엔 재정환율이 지난 7일 갑작스레 오른 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당일 의회에서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 확실해진다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장·단기 금리 조작 개선도 시야에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2016년 2월 정책 금리를 연 -0.1%로 내리고 장기금리는 상하한을 묶는 통화 정책을 현재까지 이어왔다. 부진한 경제를 살리고 오랜 디플레이션(경기 부진 속 물가하락)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였는데 최근 유례없는 엔저 현상의 주원인이기도 했다. 일본은행 수장의 발언 이후 7일 한때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1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달 150엔을 웃돌던 달러 대비 엔화 환율도 7일엔 141엔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는 상승)

박경민 기자


하지만 엔화 가치 상승은 ‘반짝’ 현상에 그치는 모양새다. 당분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큰 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일본 경제가 여전히 부진한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의 끈을 당장 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예상의 근거다. 지난 3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7%다. 시장 예상치(-0.1%)를 크게 밑돌았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 해제 시 엔저에 따른 수출 증진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일본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라며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내년 7월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엔화가 빠르게 오르진 못하더라도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 재현되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10월 4일 913.57원을 기록했던 원엔 재정환율이 이후 빠르게 떨어져 지난달에는 800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느리더라도 일본 통화 정책 변경 가능성이 커진만큼 원화 대비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재현되지 않을 거란 예상이 나온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원·엔 재정환율은 내년 1분기 중 900원대에 자리를 잡고 내년 연말에는 900원대 중후반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엔화를 사들이기에 적절한 시기가 됐다는 견해도 있다. 이미 지난 10월 말 엔화 예금 잔액(86억1000만 달러)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저점에 가까워졌다고 보고 향후 엔화 값 상승을 노린 ‘엔테크(엔화+재테크)’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다만 엔저 현상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져 올해 엔화 투자자들은 차익을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수연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11월 전후엔 원·엔 재정환율의 하락 폭(원화 가치 상승 폭)이 지나치게 가팔랐던 만큼 향후 원화 가치가 추가로 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현재는 엔화 매수에 적합한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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