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부촌에 생기는 쇼핑난민…"고급 상점만 들어와 노인들 장 못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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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아자부 등 도쿄의 손꼽히는 부촌에서 신선식품을 사지 못하는 쇼핑 난민이 증가하고 있다.
기존 동네 슈퍼와 시장을 밀어내고 고급 식료품점 등이 자리를 채워, 도시 원주민인 노인층은 장을 볼 수 없는 쇼핑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미나토구는 지난달 일본 초고층 복합건물 아자부다이힐스가 문을 연 동네로, 아자부 등 도쿄 대표 부촌이 속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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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영양 악화에…도쿄도 '이동 판매 트럭' 보낸다
일본에서는 아자부 등 도쿄의 손꼽히는 부촌에서 신선식품을 사지 못하는 쇼핑 난민이 증가하고 있다. 기존 동네 슈퍼와 시장을 밀어내고 고급 식료품점 등이 자리를 채워, 도시 원주민인 노인층은 장을 볼 수 없는 쇼핑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이들이 걸어서 신선식품을 사러갈 수 없는 이른바 '식품 사막'에 고립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일본의 지방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신선식품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식품 사막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식품 사막은 걸어서 400m 안에 저렴한 상점이 없어 고기나 생선, 야채 등 신선식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말한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도쿄 미나토구를 꼽았다. 미나토구는 지난달 일본 초고층 복합건물 아자부다이힐스가 문을 연 동네로, 아자부 등 도쿄 대표 부촌이 속한 지역이다. 이곳은 최근 부유층을 겨냥한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니케이는 "대형 개발로 동네 슈퍼와 마트가 철수하면서 고령자를 중심으로 쇼핑 난민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자부와 인근 다카나와 지구의 경우 2000년 이후 20개의 대형 개발이 진행됐고, 개발 지점으로부터 500m 이내에 고급 식료품점의 개점이 잇따랐다. 이곳 채소 13개 품목의 평균 가격을 보면 소형 슈퍼는 2353엔, 개인 식료품점이 2349엔이었던 반면 고급 식료품점은 3572엔으로 50% 이상 비쌌다. 미나토구 내 공영주택 거주민이나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기에는 식료품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노인층의 쇼핑 난민화는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아사미 야스시 도쿄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식품 사막에 거주하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고기, 생선 등 10개 식품군의 섭취 빈도를 조사한 결과 4개 식품군 미만을 섭취한다는 '저영양 위험 상태'가 59%로 타지역에 비해 그 비율이 1.8배 높았다.
일본에서는 슈퍼가 거주지에서 도보로 500m 이상 떨어진 데다,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는 고령자를 '식료품 접근 곤란 인구'로 정의해 5년마다 추계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 2015년 기준 도쿄의 접근 곤란 인구는 198만명으로, 2005년 대비 1.6배로 늘었다.
원래 식품 사막은 인구가 적고 인프라가 도심으로 빠져나간 지방에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도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역으로 도쿄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쿄도는 노인들을 구하기 위한 식품 트럭을 운영하기로 했다. 인근에 슈퍼가 없는 고령자들을 위해 직접 식료품을 실은 차가 각 지역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다. 미나토구에 인접한 시부야구 히로오의 경우 도쿄도에서 운영하는 공영주택을 대상으로 주 2회 이동판매 차량이 온다. 판매점주는 고객의 취향이나 최근 산 상품을 반영하여 물건을 준비하고 고객들을 맞이한다. 이동판매 이용 고객 중에는 지팡이나 손수레, 휠체어를 타는 등 쇼핑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케이는 지방이나 교외의 경우 인구 쇠퇴 지역을 대상으로 이동 백화점, 식품 택배 등의 대책을 내놓기 쉽지만 도심의 경우 오히려 식품 사막에 내몰린 노인들이 분산돼 있어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도심 속 고령자들이 몰린 사각지대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사카와 타츠토 와세다대 교수는 "도심에서는 지방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령자들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우선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며 "민관이 협동해 지원해야 할 거주지구를 가시화하고 각 지역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창출해야할 때"라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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