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어 베트남 찾은 시진핑 “양국, 운명공동체 구축해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6년 만에 베트남을 다시 찾은 건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지난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아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양국 관계를 격상하고, 반도체 파트너십을 체결해 베트남을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으로 육성하기로 한 데 대한 견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베트남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에 실린 기고문에서 시 주석은 “갈등을 원만하게 관리 통제해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라는 컨센서스의 기초를 확대하자”며 “해상 갈등을 원만하게 관리 통제해 양국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최근 필리핀과는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사주(중국명 런아이자오·仁愛礁) 영유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필리핀을 상대로는 압박 외교를 하면서 베트남엔 유화 메시지를 전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미국을 배제한 '아시아 질서'를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의 미래는 아시아 인민 자신의 손으로 장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베트남 두 나라가 전략적 의의를 갖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면 더 많은 나라들이 아시아 운명공동체, 인류운명공동체라는 위대한 사업에 뛰어들도록 유도하고, 아시아의 장족의 발전과 선린우호에 더 많은 긍정적 에너지를 제공해 세계 평화와 발전에 더 큰 공헌을 할 것임을 믿는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통해 중국·베트남이 양국 관계의 격상에 합의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앞서 슝보(熊波) 주 베트남 중국대사는 10일 국영 베트남통신사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대 중·베트남 전면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하고 격상하는 데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광시(廣西)와 베트남 하노이를 잇는 철로를 보수하고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중국이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2월 북미회담에 참석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가 통과했던 노선이다. 슝 대사는 베트남 청년보에 “중국은 베트남에 자금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며 “윈난성 쿤밍에서 베트남의 3대 도시인 하이퐁을 잇는 철로 건설과 중국 남부에서 하노이에 이르는 또 다른 교통 연결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의 대중 무역적자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통신사는 슝 대사가 “베트남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했다”며 “중국은 베트남 농산물 특히 과일 수입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응우옌 푸 쫑(77) 공산당 총서기가 지난 2021년 1월 총서기직을 3연임한 이후 베트남은 대외 관계의 무게추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간 북부 출신 총서기, 남부 출신 총리, 국가주석, 국회의장의 '사두 체제'를 유지했던 집단지도체제가 응우옌 푸 쫑 총서기의 3연임으로 총서기에 힘이 더 실리면서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응우옌 쑤언 푹 당시 국가주석과 팜빈민 당시 부총리가 각각 부패 혐의로 낙마하면서 1인 권력이 강화됐다.
이와 관련, 홍콩의 국제정치학자 선쉬후이(沈旭暉)는 “응우옌 푸 쫑 총서기는 2011년 권력을 잡은 뒤 부패 척결이라는 명목으로 반대자를 배제해왔다”며 “낙마한 인사들은 모두 친미 성향의 남부 출신 개혁가”라고 지적했다. 응우옌 총서기는 지난해 10월 31일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중국공산당(중공) 20차 당 대회 직후 첫 외국 지도자로 베이징을 찾았다. 당시 국빈 만찬에서 7명의 신임 상무위원 전원을 소개받는 환대를 받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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