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 "환경평가 리스크, 반도체 기업 공장 건설 늦춰"

공화당, 환경평가 면제 반발
반도체 기업 공장 건설 지연 우려
러몬도 "국가안보, 환경 규제와 충돌"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간) 반도체 기업들의 현지 공장 건설이 환경평가 절차 개선에 난항을 빚으면서 미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이 지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반도체지원법(IRA)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들에 환경영향 평가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을 반발하면서 현지 신규 공장 가동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11일(현지시간) 러몬도 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환경평가 절차를 거치게되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 수년이 늦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 10월 IRA 시행에 따라 보조금 혜택을 받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경영향 평가 면제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을 의회에 촉구했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혜택이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에 제공하는 핵심 지원 정책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원장을 포함해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국방수권법에 포함되지 못하고 삭제됐다.

일반적으로 미국 정부는 시설공장을 짓는 기업들에는 환경 규제 위반 여부를 평가한다. 그러나 반도체 기업들의 연이은 공장 건설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목표로 보조금을 걸고 유치한 것인 만큼, 기존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도체 기업들도 환경영향 평가가 수년간 지속될 경우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해왔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면제 혜택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향후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건설이 최대 몇년간 중단될 수 있다"며 기후 법안이 국가 안보 목표와 충돌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하고싶다"면서도 "하지만 국가 안보가 우선순위이며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때다"라고 공화당의 반발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해당 법안이 공화당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공장 건설에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간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반도체를 생산해오던 미국의 마이크론은 향후 20년간 최대 1000억달러(약 131조4500억원)를 들여 미국 뉴욕 북부 클레이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대만의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400억달러를 투입해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인텔은 200억달러 이상을 들여 미국 오하이오주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환경영향 평가 규제가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미국이 뒤처지는 결과를 만들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환경 규제는 미국의 노력의 산물인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 건설을 장기간 중단시킬 수 있다"며 "현재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 자체 개발 능력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상당한 압박을 받고있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