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장악한 선거방송심의위, TV조선·공정언론연대 인사 포진

신상호 2023. 12. 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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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기 위원장은 류희림 방심위원장 은사... 보수 단체 출신 위원들 편향성 우려

[신상호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 12월 1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백선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백선기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류희림 위원장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지난 11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벌써부터 정치적 편향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위원장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은사이고, TV조선이나 보수 성향 단체 출신 인사들도 곳곳에 포진돼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구성·운영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선거방송의 공정성 유지를 위해 설치되는 합의제 기구다. 심의위원들은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정됐는데, 야권 추천 위원 3명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이뤄져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백선기 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논문 지도교수

선거방송심의위원장으로 선출된 백선기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은사다. 백 교수는 지난 2013년 류 위원장의 박사 학위 논문('한국 방송뉴스의 경제보도와 위기담론의 상관성 연구')의 지도교수였다. 백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 추천으로 심의위원이 됐고, 위원장이라는 중책까지 맡게 됐다.

제자가 방송보도심의를 총괄하고, 스승은 선거방송보도심의를 총괄하는 셈이다. 언론학계에선 백 교수를 두고 '정치적 색채는 약하다'는 평들이 많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해 잇따라 중징계 결정을 강행하는 류 위원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심의위원 중에는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에서 추천한 위원도 있다. 방송단체가 아닌 개별 방송사가 선거방송심의위원을 추천하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개별 방송사의 추천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방심위 야권 측 위원들의 문제 제기에도, 류희림 위원장 등은 TV조선 추천 위원 임명을 강행했다. TV조선 시사제작팀 팀장과 보도본부 시사제작 에디터를 지낸 손형기 위원이 TV조선 추천 몫으로 배정됐다.

손 위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인비서실 언론팀에서 실무위원을 했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인 200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으로 부임했다. 손 위원은 보수성향 단체인 미디어연대 모니터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시절인 지난 2019년,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진보 성향 언론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걱정하면서 "KBS 시사 프로 〈오늘밤 김제동〉 같은 프로에서 김정은을 찬양하는 방송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MB맨부터 윤 대통령 장모 의혹 물타기 인사도 포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는 12월 1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위촉식을 진행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과거 MBC 앵커로 활동했던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은 현재 보수 성향인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2년 MBC 노조 파업 당시 보도본부장이었던 권 위원은 파업 중인 노조원들과의 마찰로 인해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았다. MBC 노조는 권 본부장과 접촉하지 않은 당시 영상을 공개하면서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비판했고, 권 위원은 "정신적 충격으로 입원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키웠다. 권 위원은 MBC를 떠난 뒤 TV조선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국민의힘 추천으로 들어온 최철호 위원도 보수성향 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출신이다. 최 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공정언론국민연대의 전신인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에서 활동했고 공정언론국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22년 7월 <월간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야당 후보(윤석열 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본인 문제도 아닌 부인이나 장모와 관련된 '의혹' 수준의 것들을 엄청나게 키워서 방송했다"면서, 최근 실형이 확정된 윤 대통령 장모 의혹에 대해 물타기 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류희림 카르텔', 선거판 변수 우려

김유진 방심위원(야권 추천)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은 TV조선처럼 개별 방송사가 추천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다른 추천 단체들도 대표성이나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곳이냐는 점에서 의문"이라면서 "이런 문제를 전체회의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경재 상지대 교수는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보도 관련 공정성 확보를 위해 운영되는 조직인데, 공모나 경쟁이 아닌 단체 추천 인사가 임명되다 보니 시스템이 제도화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추천단체 성격에 따라 극명하게 편중된 인사가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한 인사 면면을 보면 공정한 선거 관리자가 아니라 행위자 역할을 할 우려가 큰 인사들이 많고, 선거보도심의위가 선거판을 흔들 변수가 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류희림 카르텔'을 만든 것"이라며 "방심위가 심의란 이유로 언론을 탄압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보도에서도 같은 방식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방송 보도를 규제하는 민간기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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