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AG 영웅' 조영욱 ① 예비역 상병 "AG 앞두고 입대한 이유? 터닝포인트 필요했다"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이제는 어엿한 전역자가 된 조영욱이 짧지만 임팩트 있었던 군 생활을 들려줬다. 대한민국 모든 남자가 그렇듯, 조영욱도 군대 이야기 물어보자 신나게 '썰'을 풀기 시작했다.
조영욱이 10개월간 군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왔다. 지난해 상무선수 모집에 최종 합격해 올해 1월 입대한 조영욱은 9월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하고 조기 전역에 성공했다. 직접 따낸 금메달이었다. 조영욱은 일본과 결승전에서 후반 10분 결승골을 넣으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 조영욱은 더 기다렸다가 아시안게임 결과를 본 뒤 입대를 고민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김진규 FC서울 감독대행이 직접 조영욱에게 잔류를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영욱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입대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는 금메달을 따면서 이른 전역에 성공했지만 동시에 '안가도 될 군대'를 굳이 간 셈이 됐다.
11일 '풋볼리스트'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조영욱을 만났다. 가장 먼저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자 조영욱은 "전역자들이 군대 이야기가 제일 재밌다더니 사실이다"라고 말하며 입대를 선택한 이유와 10개월간 군대 생활, 전역 확정 후 다녀온 훈련소 등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전역하고 어떻게 지냈나.
인터뷰가 많았다. 훈련소 때보다 운동도 개인적으로 하고, 강아지 산책도 시키고, 민간인의 삶으로 돌아갔다.
▲전역이 결정된 상태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간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 입장에서 생소하다. 훈련 받기 싫은 감정도 들 거 같은데.
솔직히 들어가기 전에는 그런 느낌이 조금 있긴 있었다. 근데 오히려 들어가니까 뭔가 좋았다. 내 옆에 같이 자는 훈련병은 이게 끝나면 자대로 가는 거다. 난 집으로 가는 거다. 군대에서의 마지막 경험이 생기는 거니까 '그래 재밌겠다. 재밌게 하자' 이러면서 은근히 즐겼던 것 같다.
▲동기들이 부러워했을 거 같은데?
계속 부럽다고 했다. 애들은 옆에서 자대 걱정하고, 자대 나오기도 전에 '이제 어떡하냐', 자대 나오는 순간에도 '제발 여기 걸려야 되는데' 막 이랬다. 나는 흐뭇하게 지켜봤다.
▲조교들보다도 계급이 높았을 거 같은데, 훈련소에서 호칭은 어떻게 했나?
연대마다 다르긴 할텐데, 그래도 중대장님, 소대장님이 여기는 엄연한 군대이고 계급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상병이니까 상병이라고 불려야 되고, 존중받아야 된다고 하셔서 조영욱 상병이라고 불렸다. (훈련병! 이렇게 부르지 않았나?) 그렇게 불린 적이 없다. 소대장, 중대장님이 부르실 때는 '상병 조영욱'이라고 관등성명을 댔다.
▲동기들이 가장 힘들었던 훈련은 뭐라고 하던가?
각개전투였다. 제일 힘들었다. 몰랐는데 은근히 힘들더라. 포복도 해야 하고, 전방 수류탄 하면 몸을 날려야 하고... 여러 동작들이 많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몰입이 됐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힘들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사격 성적은?
영점 사격과 기록 사격 빠지지 않고 모두 다 했고, 한 번에 다 합격도 했다. 기록 사격은 합격하긴 했는데 14발 정도 쐈다. 그래도 16발은 쏘고 싶었는데, 14발을 쏴서 '밖에서 공이나 잘 차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들 중 만발을 쏜 선수도 있나?
만발은 못들었다. 지금 훈련소에 상무 동기들이 들어가있는데, 18발 쏜 선수들도 있다고 들었다. (사격에 대한 아쉬움은 있나?) 그런 건 전혀 없다. 한 번에 합격하면 된다. 합격 못하면 사격 훈련장 가서 또 '엎드려 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역증은 따로 안받았나?
없지만 아쉬움은 없다. 행정적으로 완벽하게 현역에서 처리가 됐다. 메달이 전역증이다.
▲김천 입대할 당시에 김진규 코치가 따로 불러서 아시안게임 무조건 갈 텐데 왜 입대를 하냐고 했다고 들었다.
진짜 진규쌤, 단장님이랑 군대 가기 전에 밥을 진짜 많이 먹었다. 운동 끝나고 쉬는데 밥 먹자고 하셨다. 솔직히 나는 늦게 가고 싶었던 선수 중 한 명이었는데, 선수 생활을 하면서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도 주변에서 "가야된다. (남자는 군대를 가야한다? 이런 말?) 빨리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런 부분들이 합쳐져서 선택을 하게 된 거 같다. 상무라는 곳이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또 작년에 경력이 괜찮았다. 경력이 안 좋을 때 불안불안하게 가는 거보다 잘하고 있을 때 가야 한다. 또 군대에서 축구 잘하면 좋지 않나. 아무튼 그렇게 여러가지 종합적인 생각이 논산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걱정된 부분도 있었나?
군생활 자체가 걱정되긴 했다. 근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거 같다.
▲공격수들이 김천만 가면 성장을 해서 왔다. 그런 영향도 있었나?
여러 가지 생각 중에서도 그 생각도 있긴 있었다. 확실히 들어가보니 알겠더라. 정말 운동할 시간 밖에 없고 남는 시간에도 운동만 한다. 상무 가면 아무래도 부담감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어서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잘 했던 선수들도 그렇고, 나도 그래도 좋은 모습으로 잘 제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운동시간 증가 말고 실력이 상승하는 요인은?
앞서 말한 것처럼 즐겁게 축구를 하기 때문에 그런 거 같다. 어린 시절 축구할 때도 생각하게 된 게 다시 되돌아보면 즐겁게 축구할 때 축구가 가장 늘었던 거 같다. 살짝 비슷한 맥락 같다.
▲올 시즌에 첫 프로 두 자릿수 득점을 했다. 7경기 연속골도 넣었는데, 차면 들어간다는 느낌이었나?
차면 들어간다라기 보단 뛰면 넣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나를 믿고 패스해주는 선수들도 있었고, 감독님도 나를 워낙 믿어주셨다. 골이 안들어가도 후반 막판까지 기다려주시고 그러셨다. 내가 마냥 잘해서 그런 기록을 세운 건 아니다. 나한테 도움을 주는 선수들도 분명히 있었고. 그런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김천에서 누가 가장 잘 맞았나?
(강)현묵이다. 현묵이도 내게 패스를 정말 잘 줬다. 솔직히 현묵이랑 그렇게 잘 맞을진 몰랐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현묵이랑 같은 방을 썼다. 처음 들어갔을 때 두재형, 현묵이, 나, 이렇게 같이 방을 썼는데, 그 셋이 가운데 라인에서 잘 맞았다. 감독님도 현묵이가 대표팀을 갔을 때 감독님께 인사 드리러 갔는데, '거기 가서는 영욱이한테 계속 찌르면 안된다' 그런 이야기도 하셨다. 현묵이도 좀 아쉬울 거다. 근데 내가 나가고 현묵이도 골 많이 넣더라.
▲이전에도 친분이 있었나?
친분이 막 있진 않았다. 그래도 스포츠 브랜드 행사 때 한 번 봤다. (라이벌 매치 때 봤을 거 같다) 그때는 친하진 않고 인사만 하는 관계였는데, 이제 친해졌다.
▲많은 선수들, 새로운 선수들과 친해졌는데, 뛰어보고 싶었던 선수가 있었나.
병장 형들이랑 뛰어보고 싶었다. 한 번도 뛰어보지 못한 형들이었다. 윤성이형은 대표팀에서 많이 봤었는데, 영재형, 지현이형, 창훈이형이랑은 같은 팀에서 뛰어 보고 싶었다.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라 뛰면서도 좋았던 거 같다.
▲K리그2였기 때문에 내가 이정도 넣었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내가 성장을 해서 이만큼 넣었다고 생각하나?
K리그2라서 많이 넣었다는 생각은 솔직히 안했다. 내가 자신 있게 플레이했고, 나를 믿어준 동료들과 감독님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골을 넣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K리그2를 갔을 때 열정적인 리그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더 그랬다. 슈팅을 때리려고 하면 3명씩 몸을 날리니까 초반에 블로킹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나도 패스가 들어오면 논스톱으로 때리려고 하고, 빠른 템포로 때리려고 했다. 그래서 득점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K리그1에 왔으니 여기서 그만큼 또 해야 한다.
▲K리그2 경험이 내년 시즌에 많은 도움이 될까?
그렇다. K리그2도 그렇지만 좋은 시즌을 보냈고, 내가 골을 넣을 거라는 생각을 우선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게 나한테는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상무에서는 스트라이커로 뛰었는데.
대부분 가운데로 많이 뛰었고, 전반기 때는 사이드에서 뛰었다. 골 많이 넣었을 때는 가운데였다.
▲앞으로도 중앙에서 계속 경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 같다.
사실 올 시즌 너무 좋은 한 해를 보냈고, 특히 가운데에서 좋은 한 해를 보내서 가운데 있고 싶긴 한데 경쟁자들도 빡세다. 외국인 선수들이 있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또 어디서도 잘하는 게 선수의 몫이다.
▲군대 가서 몸이 좋아진 거 같다.
지금 훈련소 갔다오면서 살짝 빠지긴 했는데, 몸은 확실하게 좋아졌다. 주변 사람들한테도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다. 서울에서도 훈련소 다녀와서 잠깐 쉴 동안 운동했는데, 다들 몸이 왜이렇게 좋아졌냐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더라. 비시즌이라 살짝 빠지긴 했지만 동계 훈련 때 다시 채워넣을 거다.
사진= 서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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