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오르면 끝…앞자리 바뀐 식당 메뉴판, 왜 안 떨어지나
외식 물가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한 번 오르면 떨어지지 않는 외식업 특성과 물가 상승 장기화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다. 외식 물가가 잡히지 않는 한 물가 안정도 어렵다는 풀이가 나온다.
식당 음식, 앞자리가 바뀐다
12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8대 주요 외식 품목 중 김밥‧김치찌개 백반의 가격이 전월보다 또다시 올랐다. 서울 지역 김치찌개는 7923원으로, 8000원 돌파를 앞두게 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개 외식품목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6531원이었던 자장면은 1년 새 7069원으로 8.2%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4.8%를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을 상회한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30개월 연속으로 전체 평균을 웃돌고 있다. 전체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3.7%)부터 3%대로 내려왔다. 이후 2~3%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외식 물가의 경우 상승률 둔화 폭이 크지 않으면서 4%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물가상승 39%는 개인서비스 영향
한 번 오르면 안 떨어지는 메뉴 가격
외식 등 서비스 가격은 한 번 오르면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 식당 가격을 한 번 올릴 때 메뉴판 등을 모두 바꾸다 보니 유지하거나 올릴 수는 있어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제유가나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휘발유‧경유 가격이나 농·축·수산물과는 차이가 크다. 예컨대 지난달 국산 쇠고기 가격은 3.6%, 돼지고기 가격은 2.4% 하락했는데 식당에서 판매하는 쇠고기 물가는 2.3%, 돼지갈비는 4.1% 올랐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식 등 서비스요금은 재룟값이나 공공요금, 인건비 상승 등 물가 상승의 영향을 마지막에 받다 보니 가격 오름세가 장기화하는 특징이 있다”며 “가격이 한 번 오르면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인건비·공공요금 부담 커져
공공요금과 인건비가 모두 오르는 등 식재료 외에 부대비용이 증가한 것도 외식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외식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의 연평균 영업비용은 1억8405만원이다. 이 중에서 식재료비를 제외한 임차료·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58.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고용인 인건비가 2848만원으로 전년도(2461만원)보다 15.7% 더 들어갔고, 공과금 비용은 같은 기간 1094만원에서 1278만원으로 16.8% 늘었다.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억눌러온 전기·가스요금이 지난해 2분기부터 급격히 오른 영향 등이 반영됐다.
“고금리 내수 부진이 영향”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가 부진하면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자영업자의 금리 부담이 커진 게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뭣보다 각종 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민간소비까지 둔화하면서 가격 인상을 통해서라도 손실을 만회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게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순 있지만 당장 버티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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