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계약 재검토"…K방산 '3조 폴란드 수출' 예상 밖 복병
지난해 124억 달러의 1차 계약을 체결한 이후 올해 2차 계약까지 본궤도에 오른 ‘K-방산’의 폴란드 수출에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야권 연합을 이끌던 도날트 프란치셰크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전 상임의장이 11일(현지시간) 신임 폴란드 총리로 확정되면서다.
투스크 신임 총리는 선출 직후 “우리는 함께 모든 것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차별화 전략을 전면에 앞세웠다. 폴란드가 논의 중인 한국과의 방산 수출 계약 건은 물론 지난 10월 총선 이후 완료된 계약 건까지 일부 재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위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규정하며 정부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폴란드 방산 수출의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방산업계는 숨죽이며 상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정권 교체에 2차 계약 휘청하나
이에 지난해에만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을 비롯해 다연장로켓(MLRS) 천무와 FA-50 경공격기까지 이른바 무기 ‘4종 세트’를 한국으로부터 대량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2월엔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문 등 초도물량이 폴란드에 도착하자마자 2차 계약 논의까지 급물살을 탔고, 정부 차원의 방산 수출 기조는 한층 강해졌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주재한 제2차 방산수출전략회의에서 “방산은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함께 뒷받침하는 국가전략산업”이라며 “특히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물론 폴란드의 외교·안보적 상황을 고려하면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방위력 강화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향후 무기 수입선 다변화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무기를 대규모로 수입하려던 결정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韓 방산계약 다시 검토할 것"
실제 폴란드 하원의장이자 야권연합 폴란드2050을 이끄는 시몬 홀로브니아는 “총선이 치러진 10월 15일 이후에 서명한 모든 계약은 파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이미 집권당이 과반 의석을 잃은 뒤 이뤄진 계약은 사실상 국가 간 약속이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다.
폴란드의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내정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는 지난 9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과 체결한 방산·군비 계약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시니아크-카미시 내정자는 과거부터 방산 수입이 아닌 자국의 무기 산업 투자를 강조해 온 인물이다.
실제 코시니아므-카미시 내정자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마리우스 블라슈차크 현 국방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계약 검토를 언급한 것은 계약이 취소됐다고 발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는 한국산 장비를 자국 업계 장비로 교체하겠다고 포퓰리즘적으로 말할 것이고, 결국 우린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 금융지원, 지속 가능한가
다만 실제 폴란드 새 정부가 지난 10월 15일 총선 이후 계약을 뒤집겠다는 의도로 재검토를 결정한 것이라면 한국 방산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당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권 교체 1주일 전인 지난 4일 폴란드에 K-9 자주포 152문 등 3조4000억원 규모의 무기를 공급하는 2차 계약을 맺었다. 현대로템의 경우 지난해 1차 계약 당시 K-2 전차 180대 수출을 확정했고, 820대 규모의 2차 계약을 앞두고 있다.
가뜩이나 폴란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단기간 내에 대규모로 수입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자금 부족에 시달렸다. 이에 정책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이 나서 이례적인 규모의 금융 지원을 나섰고, 지난해에만 12조원에 달하는 돈이 지원됐다. 올해 시작된 2차 계약에서도 폴란드에 대한 금융 지원 기조는 이어졌고, 최근엔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액이 한도에 이르자 정부는 5대 시중은행 관계자를 불러 ‘공동 대출’ 형태의 금융지원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한다.
최경호 방사청 대변인은 이날 “(폴란드) 방산수출과 관련하여 외교 관계 등 종합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며 “관계부처와 업계가 지금 폴란드 상황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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