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윤종 "프렌드 쇼어링, 중앙아시아 적격" 경제안보 대안 급부상
"중앙아시아는 한국이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ㆍ동맹국 공급망 연대)을 하기에 가장 적격인 국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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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풍부 중앙아, 한국에 기회"
왕 비서관은 이날 포럼에서 한국과 중앙아가 협력할 수 있는 5대 분야로 ▶공급망 ▶교통ㆍ물류 ▶보건ㆍ의료 ▶기후변화 ▶인적 자원ㆍ교육을 꼽았다. 그는 "좋은 친구는 좋은 의사보다 낫다"는 중앙아 속담을 인용해 "한국은 중앙아와 진정한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급망 분야와 관련해 왕 비서관은 "지난 8~9일 서울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공급망 불안 요인을 어떻게 해소할지 심층적인 논의가 있었다"며 "예기치 못한 공급망 교란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아 5개국은 한국이 부족한 석유, 가스, 석탄 등 자원과 우라늄 등 희소 광물을 풍부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 프렌드쇼어링에 적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중앙아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라 역사적으로도 유라시아 대륙의 경제적·외교적 허브로서 기능했다.
최근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이 계속되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자 중앙아의 존재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앙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밀착하는 대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중립을 지키면서 스스로 '몸값'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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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덕에 중앙아 지속 발전"
이날 중앙아 5개국 측은 "한국과 중앙아는 1992년 수교 이래 서로의 믿음직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왔다"고 평가했다. 옐도르 아리포브 우즈베키스탄 전략지역연구소장은 "한국의 투자는 중앙아의 자동차, 화학, 석유, 가스, 정보통신 등 다양한 산업의 원동력이 됐다"며 "향후에도 한국과 중앙아는 과학기술, 디지털, 기후 변화 분야에서 협력의 잠재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흐롬존 알로예프 우즈베키스탄 외무부 차관은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10대 무역 및 투자 파트너 중 하나"라며 "한국은 산업, 전자정보, 정보통신기술(ICT), 교육, 농업, 의료 분야에서 경험과 기술을 폭넓게 소개하며 중앙아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값진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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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위기, 협력으로 극복"
이날 한국 측 참석자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지정학적 위기와 한국과 중앙아 간 협력 가능성을 연계해 분석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장(HK+국가전략사업단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심화하는 지정학적 위기를 한국과 중앙아 간 광범위한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단의 현실에 놓인 한국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 구축을 위해서도 중앙아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국 한국국제교류재단(KF) 교류이사 또한 "지정학적으로 아주 민감한 지역에 위치한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양자뿐 아니라 다자 협력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중앙아 5개국과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정운 한국외대 총장도 영상 축사에서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 중앙아와의 협력은 궁극적으로 역내 및 국제적 평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발 협력 및 인도적 교류의 중요성도 논의됐다. 장원삼 한국국제협력단(KOICAㆍ코이카) 이사장은 영상 축사에서 "코이카는 현재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 4개국에 사무소를 설치해 각국의 개발 환경과 정책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코이카 오픈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중앙아 5개국에 대한 한국의 지원 규모는 2700만 달러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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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모두 다가서는 중앙아
이날 포럼은 한국이 중앙아 5개국과 경제 안보 및 사회·문화, 인도적 교류 강화의 활로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개최됐으며, 중앙아 5개국의 주요 싱크탱크 수장 및 연구자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최근 중앙아는 풍부한 자원과 지정학적 이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략적 입장 설정 등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의 구애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택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중국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던 산시성에서 중앙아 5개국과 첫 대면 정상회의를 열고 "중국과 중앙아는 운명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같은 시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결집하는 데 대한 맞불 성격이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또한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중앙아 5개국과 첫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른바 'C(Central Asia·중앙아시아)5+1(미국)' 회의로 당시 백악관은 "중앙아의 방대한 광물 자원을 개발하고 광물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C5+1 중요 광물 대화' 출범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중앙아에 에너지, 광물, 건설 등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를 하며 고위급 교류를 넓혀나가자, 미국도 견제에 나선 셈이다.
미ㆍ중이 중앙아를 무대로 세력 확장 경쟁에 나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9월 유엔 총회 계기에 중앙아 5개국 중 타지키스탄을 제외한 4개국(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정상과 잇따라 만났다. 박진 외교부 장관 또한 지난달 1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열린 제16차 한·중앙아 포럼에 참석해 "전례 없는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과 중앙아가 더 강력히 연대하자"고 강조했다.
타슈켄트=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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