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마리 떼죽음 당했다…세계 2위 '코끼리 나라'서 벌어진 비극

짐바브웨 국립공원에서 물부족으로 폐사한 코끼리. 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국립공원에 있던 코끼리가 100마리 이상 떼죽음을 당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은 11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서부 황게 국립공원에서 물이 부족해져 최근까지 코끼리가 최소 100마리 폐사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IFAW는 "건기가 평년보다 길게 이어지면서 한때 샘이었던 곳이 진흙밭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국립공원 측이 태양광 동력 펌프 104개를 뚫었지만 극심한 가뭄으로 말라붙는 수원을 충당하기는 충분하지 않았다면서다.

짐바브웨 전역에 사는 코끼리는 10만 마리 정도로 세계 2위 규모다. 황게 국립공원은 짐바브웨 서부에 1만4600㎢에 걸쳐있으며 대략 4만5000마리 코끼리가 서식한다. 이곳의 동물들은 지난 9월부터 짐바브웨에서 물과 먹이를 찾지 못해 보츠와나로 떠나기 시작했다.

IFAW는 코끼리가 이처럼 떼죽음을 당하는 것은 기후 변화에 따른 고질적이며 복합적 위기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당시 아프리카 남부에서 코끼리 200마리 이상이 폐사했던 악몽이 이번에 되풀이될 조짐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달 초에도 황게 지역을 흐르던 강이 실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 환경학자는 지난 8일 로이터 통신 기사에 "이곳에서는 지표수가 고갈돼 펌프에 의존 중"이라고 말했다.

이 학자는 그러면서 "물에 의존해 살아가는 코끼리가 유례 없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다 자란 코끼리는 하루 약 200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현재 펌프에서 나오는 양으로는 생존하기에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