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폭우에 12월 강수량 신기록…반짝 추위뒤 또 비 퍼붓는다
전국 곳곳에 강풍을 동반한 200㎜ 이상의 겨울 폭우와 70㎝ 가 넘는 폭설이 내리면서 12월 일강수량 기록이 줄줄이 깨졌다. 13일 기온이 급락해 반짝 추위가 나타난 뒤 14일에 또 한차례 전국적으로 많은 비 또는 눈이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강릉시에 11일 하루 만에 91.2㎜의 비가 내리면서 1911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12월 일강수량을 기록했다. 대관령(92.2㎜)과 동해(86.1㎜), 태백(51.9㎜) 등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역대 12월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곳이 많았다.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인 초겨울 폭우가 쏟아지면서 대전(37㎜)과 전북 군산(40㎜), 경북 울진(80.2㎜) 등 강수량 신기록을 세운 곳이 속출했다.
10일부터 계속된 비로 인해 누적 강수량 역시 12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강원 삼척(원덕) 234.5㎜, 경북 울진(소곡) 203.5㎜를 기록했다.
기온이 낮은 강원 산지에는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리면서 강원 고성 향로봉는 73.7㎝에 이르는 매우 많은 눈이 쌓였다. 이에 따라 강원 지역에는 1999년 이후 24년 만에 호우특보와 대설특보가 동시에 내려지기도 했다. 많은 눈으로 설악산과 오대산 등 국립공원 탐방로 50곳은 통제됐고, 강원특별자치도는 장비와 인력 등을 투입해 제설작업을 벌였다.
12월 폭우 왜?…저기압과 습한 남동풍 때문
겨울철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건 중국에서 발달한 강한 저기압이 남부 지방을 통과하면서 서해의 많은 수증기를 끌고 들어온 데다가 고온다습한 남동풍까지 유입됐기 때문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전라·경상권은 저기압에 동반된 강한 비구름대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동해안 지역은 추가로 남동풍이 불어 들면서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반짝 추위 이후 비·눈…주말 진짜 한파 온다
비는 대부분 그쳤지만 12일 밤사이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기습적인 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아침 기온은 전날보다 5~10도가량 큰 폭으로 떨어지겠고 서울의 체감온도는 0도까지 내려가 춥게 느껴질 전망이다. 내륙을 중심으로는 영하권의 추위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후 14일부터는 추위가 풀리겠지만, 또 한차례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예고된 상태다. 기상청은 “14일 오전에 전라권과 경남, 제주도에 비가 시작돼 오후에는 전국으로 확대되겠다”고 예보했다.
비는 주말까지 길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토요일인 16일부터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비가 눈으로 바뀌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빗줄기가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우 통보관은 “이번에 비가 내린 형태와 비슷하게 서쪽이나 남서쪽에서 저기압이 들어오기 때문에 다소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후 17일에는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0도를 기록하는 등 본격적인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중환 기상청 에보분석관은 “찬 공기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유입될 수 있는 흐름으로 기압계가 주말에 다시 한번 바뀐다”며 “기온이 10도 이상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매우 추운 날씨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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