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곶에 '18m 솔라봇' 우뚝…고철 700t 1년간 망치질, 무슨 일

김윤호 2023. 12. 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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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봇 앞에 서 있는 김후철 대표. 사진 본인
간절곶에 등장한 키 18m 솔라봇. 사진 김후철씨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울산 간절곶에 키 18m에 달하는 로봇 등 고철 700여t으로 만든 이색조형물 120여점이 등장했다. 울산 울주군은 오는 16일부터 2028년까지 5년간 간절곶 일대(3500㎡)에 ‘간절곶 상상공간’이란 이름으로 이런 고철 조형물을 전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세계 최대 크기 고철로봇…키 18m


간절곶에 등장한 정크아트 작품들. 사진 울산 울주군
고철 조형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키 18m에 달하는 거대 고철 로봇 ‘솔라봇’이다. 세계 최대 크기의 정크아트(쓰레기 등 잡동사니를 소재로 만든 미술품) 작품으로, 솔라봇을 만드는 데만 고철 38t이 쓰였다. 솔라봇은 과거 만화영화에 등장한 로보트를 연상케 한다.

솔라봇은 둥근 해 같은 모형을 손에 들고 서 있다. 해 모형 사이로는 낮과 밤 자연현상에 맞물려 매일 오전 9시~11시 사이엔 해가, 오후 4시~6시 사이엔 달이 들어찬다고 한다. 밤이 되면 솔라봇 가슴에 부착된 태양광 패널이 빛을 낸다. 울주군 관계자는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365일 해가 머무는 간절곶을 표현한 로봇"이라고 전했다.

솔라봇을 포함한 고철 조형물은 간절곶이 있는 서생면 등 울산지역을 상징하는 5개 테마별로 설치했다. 서생배·미역·공룡·고래 등이다. 폭 9m, 높이 9m인 회전목마도 있다. 높이만 5m인 고철 버섯집도 눈길을 끈다.


작가 20여명 1년여간 망치질


간절곶에 등장한 정크아트 작품들. 사진 울산 울주군
이들 고철 조형물은 설치미술가인 김후철(52) 대표와 동료 정크아트 작가 20여명이 고철을 하나하나 두드려 1년여간 만들었다. 한국 고철로는 부족해서 중국·말레이시아·태국 등에서 버려진 고철까지 수입해 사용했다고 한다.

작업실에서 고철 조형물을 여러 등분으로 나눠 만든 다음 간절곶으로 옮겨 조립, 다시 용접해 붙이고 채색하는 식이다. 바닷바람에 녹이 슬 우려가 있어 색을 칠할 땐 자동차 도장용 페인트를 썼다. 해당 고철 조형물을 만드는 데는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소재지역 마을발전기금인 '서생면 상생협력기금 35억여원'이 쓰였다. 간절곶을 품은 서생면 인근엔 고리원전과 새울원전이 있다.


"지자체와 함께 기네스북 도전 준비 중"


간절곶에 등장한 정크아트 작품들. 사진 김후철 대표
간절곶에 등장한 정크아트 작품들. 사진 김후철 대표
전체 작업을 이끈 김 대표는 울주군 서생면 산골에 있는 'Fe01'의 주인이다. Fe01은 6610㎡ 크기의 거대 고철 우주선을 주제로 꾸며진 정크아트 복합 문화공간이자 카페다. 고철 로봇, 고철 외계인 생명체 등 1000개가 넘는 이색 조형물이 설치됐다.

그가 간절곶에 고철 조형물을 전시하게 된 사연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생면주민협의회는 간절곶을 찾는 관광객이 매년 1월 1일에만 찾아오는 게 안타까웠다.

Fe01 전경. 독자제공

이에 주민들은 Fe01처럼 이색적인 볼거리를 간절곶에 조성하면 1년 내내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마침 그는 두 번째 'Fe02'를 기획 중이었는데, 간절곶과 서생면을 살리는 '공익적인 활동’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주민과 의기투합했다.

김 대표는 "전시가 되는 5년간 정크아트 작품이 바래지 않도록 잘 들여다볼 것"이라며 “세계 유일한 전시공간인 만큼 해외에까지 입소문이 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울주군과 협의하면서 고철로봇 ‘솔라봇’의 기네스북 등재도 준비 중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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