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후보 차별 없애라" 금융그룹 부회장직 존폐 여부 '촉각'

이호연 2023. 12. 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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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원칙을 담은 금융사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내놓았다.

모범관행은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 관련 10개의 핵심원칙을 담았다.

특히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의 가늠자인 '부회장직'을 인정하면서도, 외부후보와 평가방법 및 시기 등에 차별을 둬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부회장직은 지주 핵심 전략 총괄책임자인 동시에 차기 회장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으로 활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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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CEO 선임 가이드라인 제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원칙을 담은 금융사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내놓았다. 당국은 내부후보와 외부 후보간의 공평성을 강조하며 금융사 '지배구조 세습'에 제동을 걸었다. 연말 금융사 인사 시즌을 앞두고 차기 회장 육성 제도인 부회장직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고, 주요 내용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 선임시 경영진의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CEO 및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데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모범관행은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 관련 10개의 핵심원칙을 담았다. CEO후보군 관리 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승계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의 가늠자인 ‘부회장직’을 인정하면서도, 외부후보와 평가방법 및 시기 등에 차별을 둬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부회장직은 지주 핵심 전략 총괄책임자인 동시에 차기 회장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으로 활용돼 왔다. 계열사 CEO로 경험과 역량을 쌓고 인정받으면, 임기가 끝난 후 부회장직으로 승진하는 방식이다.

모범관행은 '내부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경쟁력 있는 외부후보자에게도 비상근 직위부여, 은행 역량개발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 등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은행 관계자는 "CEO 인선과정에서 부회장이 유력 후보인만큼, 외부후보를 통해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으로 읽혀진다"면서도 "외부후보가 현직인 경우 비상근 직위나 타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 지주별로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모범관행안이 원론적 수준에 그치면서 금융지주의 부회장직 폐지 여부는 연말 인사와 궤를 같이 하게 됐다. 국내 금융지주에서는 KB와 하나금융이 부회장직을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양종희, 허인, 이동철 등 3명의 부회장을 선임했다. 그러나 양 부회장이 회장 취임과 동시에 나머지 2명의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양 회장이 취임 초기인만큼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KB금융 측은 부회장직 폐지는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양 회장은 "지주의 모든 제도는 역사적 유례가 있다"며 "회장 후보군을 구성한다는 측면과 Kb금융의 업무를 분장한다는 측면, 두 가지를 고려해 유지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나금융은 상황이 다르다. 함영주 회장의 임기가 2025년 3월 종료되기 때문에 사실상 내년 말부터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모범관행안이 시행되면 선임 절차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부회장직 필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월 함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이은형 1인 부회장 체제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2023년 조직개편을 통해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을 신임 부회장으로 위촉 3인 부회장 체제를 구축했다. 이들 3인 부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연말 인사를 통해 3인의 임기가 연장될지, 새로운 인사가 부회장 자리에 등극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부회장직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회장직이 꼭 승계를 위한 제도는 아니고 그룹 주요 사업을 이끄는 직책으로도 볼 수 있다"며 "지주사별 상황에 맞게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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