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배에서 동지들 구출? 류호정의 비겁한 행보
[박성우 기자]
▲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오른쪽)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젠더 정책을 합동 발표하고 있다. |
ⓒ 남소연 |
"최소한의 도리, 도의도 이익 앞에 내던지는 추한 모습"
"양심마저 내버린 비루한 억지"
11일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향해 한 발언이다. 이날 김 부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정치적 입장을 달리해 탈당한다면 법과 정치 도의에 맞게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된다"면서 류 의원의 정의당 탈당과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며 류 의원을 향해 이같이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 11일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정치적 입장을 달리해 탈당한다면 법과 정치 도의에 맞게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된다"면서 류 의원의 정의당 탈당과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
ⓒ 정의당 누리집 갈무리 |
이에 대해 류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지금부터 저의 역할은 정의당과 새로운 정당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진보 집권을 꿈꿨던 동지들을 구출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즉, 정의당 당원들을 자신이 속한 새로운선택과 함께하게끔 설득하기 위해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정의당 당적을 포기한다고 해서 정의당 당원들을 설득할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정의당 외부에서도 충분히 정의당 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 이렇게 류 의원이 해당 행위를 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면서도 당적을 유지하는 모습은 류 의원이 그저 의원직 유지를 위해 구차하게 당적을 유지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류 의원이 당원들을 설득할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다. 류 의원이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정의당 내 의견그룹 '세번째권력'이 출범제안문을 선언한 것이 작년 12월이고 공식적으로 출범식을 연 것이 지난 4월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류 의원은 당원들을 설득하는데 얼마나 노력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실상은 같은 정치적 미래를 추구하며 류 의원과 함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장혜영 의원마저 끝내 설득에 실패해 지난 11월에 세번째권력을 나오지 않았는가. 류 의원은 당원 설득 운운에 앞서 지금껏 당원 설득을 위해 무엇을 했나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
'가라앉는 배'에서 진보 집권을 꿈꿨던 당원들을 '구출'하겠다는 류 의원의 발언도 오만하기 짝이 없다. 정의당이 '가라앉는 배'가 되기까지 정의당 의원으로서 지난 4년 가까이 활동한 류 의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진보 집권을 꿈꿨던 당원들에게 '중도 대연합 정당'을 표방하는 새로운선택에 합류하라는 것은 모순 아닌가.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와 함께 젠더 정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남소연 |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비례대표인 류 의원에게 표를 준 것은 정의당에 준 것이다. 류 의원이 정의당에 고마워하고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자신이 속한 정당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는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정당에서 정의당과 다른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 적어도 정의당 당적은 내려놓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정의당도 문제다. 류 의원이 이러한 해당 행위를 하는데도 아무런 징계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류 의원이 끝끝내 탈당을 거부한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의당 지도부가 류 의원을 제명해야 마땅하다.
물론 그렇게 되면 류 의원은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것이다. 그것이 류 의원이 내심 원하는 바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쳐야 할 사람은 과감하게 내쳐야 한다. 정의당을 반대하고 무시하는 정의당 소속 의원을 대체 언제까지 통제불능인 상태로 내버려 둘 것인가. 류 의원이 최소한의 상식적인 정치적 결정조차 할 용기가 없다면 정의당이 나서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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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mn.kr/26q6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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