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소비자 권익

2023. 12. 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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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기아(이하 현기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중고차 판매업자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소상공인의 일자리를 빼앗게 된다고 주장했고, 대기업은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없애 소비자 권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현기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단기적으로는 현대 기아의 신차 판매가 위축되거나 신차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만약 현기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시장력을 가지게 되면 소비자의 권익에 큰 위해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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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기아(이하 현기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중고차 판매는 그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어 대기업 진출이 불가능했지만 2019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 해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차 판매업자들의 반발에 현기차가 중고차 판매를 시작하게 되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중고차 판매업자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소상공인의 일자리를 빼앗게 된다고 주장했고, 대기업은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없애 소비자 권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우선 소비자 권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중고차 시장은 ‘레몬 마켓’의 대표 사례이다. 판매자는 중고차의 실제 가치를 명확히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구매자는 그 가치를 정확히 알기 힘들기에 태생적으로 중고차 거래에는 정보의 불균형이 있다. 구매자는 저급 중고차를 고가에 매입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중고차 구매를 꺼리게 되고 중고차 구매 자체를 안 할 수 있다. 중고차 시장을 지금보다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하는데, 공적인 품질인증을 통해 간단히 해소할 수 있다. 현기차가 판매하는 중고차는 다른 중고차와는 다르게 공식적으로 품질이 인증된 매물이고 품질인증은 중고 매물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더욱 정확하게 알릴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 중고차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도 현기차가 판매하는 중고차는 신뢰하고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들의 생존 여부는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느냐, 유지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들이 현기차와 비교해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단순하다. 그간 소비자에게 품질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대한 투명한 거래를 해 나감으로써 허위, 저급 매물을 통한 피해사례를 최소화하고 "중고차를 사면 사기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꾸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현기차와 공존이 가능하다.

다행인 부분은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들이 경쟁력을 갖출 시간이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향후 몇 년간은 현기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3~4%까지만 점유할 수 있도록 규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기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단기적으로는 현대 기아의 신차 판매가 위축되거나 신차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정보 비대칭 때문에 중고차 대신 신차를 사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신차 대신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 기아는 자기 기업 신차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신차 가격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도움만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현기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시장력을 가지게 되면 소비자의 권익에 큰 위해가 갈 수 있다. 이미 현기차는 신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만약 중고차 시장까지 독점하게 되면 우선 신차와 중고차 가격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현기차가 앞으로 개발될 신차의 품질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내구성이나 수명을 일부러 줄임으로써 중고차 시장의 규모를 억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더 낮은 품질의 자동차를 더 높은 가격에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신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기차가 중고차 시장까지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서보영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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