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외국인 17만명 찾았다…국립중앙박물관 연 400만 돌파

강혜란 2023. 12. 12. 11: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간 관람객 400만 시대를 맞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전경. 박물관 측은 12월13일 올해 관람객이 400만명을 돌파한다면서 이는 지난해 341만 명을 뛰어넘어 2014년의 353만 명 기록을 깬 역대 최다 관람객 숫자라고 12일 밝혔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지난 8일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개막한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의 영문 제목은 ‘Wise and Unbiased: Royal Philosophy in Paintings and Calligraphy of the Joseon Dynasty’. 조선 영·정조 시대 탕평책을 직역하면 ‘policy of balance and impartiality’이지만 이렇게 해선 외국인 관람객에게 의미가 닿지 않을 수 있다. 김혜원 미술부장은 “영어 이용자를 위한 박물관 서비스는 이제 필수적”이라면서 “전시 제목을 옮길 땐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이해할 수 있게 별도로 작명한다”고 소개했다. 18세기 인물화와 궁중기록화가 주를 이루는 이 전시회에도 적잖은 외국인들이 관심을 보이며 각종 ‘인증샷’을 찍고 있다.

이 같은 안팎의 호응에 힘입어 국립중앙박물관(이하 박물관)의 올해 관람객이 400만명을 돌파한다. 박물관은 12일 “지난해 341만명을 뛰어넘고 2014년 최고기록(353만명)보다 13% 증가해 역대 최다인 400만번째 관람객이 13일 입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5년 박물관의 용산 이전 이후 현재까지 누적 관람객 수도 54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24년 영조英祖(재위 1724-1776) 즉위 300주년을 맞이하여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23.12.8.-24.3.10.)을 연다.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되는 김두량金斗樑(1696-1763)의 그림 '삽살개'를 내세운 포스터. 외국인 관람객을 고려한 영문 제목이 눈길을 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특히 외국인 관람객이 17만명으로 지난해 7만 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의 13만 명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박물관 측은 “방탄소년단(BTS)의 가상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 등 박물관에서 촬영한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 해외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BTS가 졸업식을 열지 못한 전 세계 학생들을 위해 제작한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1억뷰 이상을 기록했다.

박물관의 연간 관람객 증가는 그간의 대형 기획전시들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결과다. 올 여름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는 총 36만 명이 다녀가 박물관의 역대 기획전 중 네 번째 흥행성적을 냈다. 지난 겨울부터 이어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은 올해 17만 명이 들어 총 32만 명이 찾았다.

지난해 고(故) 이건희 삼성회장 기증 1주년을 맞아 개최한 ‘어느 수집가의 초대’가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게 기폭제로 보인다. 국보 인왕제색도 등 명작들을 대거 한자리에 모은 이 전시는 코로나19 와중에도 서울에서만 23만명 가까이 끌어모았고 이후 주요도시 순회를 통해 국립박물관의 이름값을 재확인시켰다.

앞서 2021년 국보 반가사유상 2점을 나란히 전시한 ‘사유의 방’이 ‘불멍’(불상을 멍하게 바라봄) 공간으로 자리잡은 데 이어, 지난해 말 새 단장한 ‘청자실’도 고려 비색청자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며 입소문이 번지고 있다. 2020년부터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하다’ 등 파노라마 영상과 디지털 매핑 기술을 접목한 ‘경천사탑 미디어 파사드’ 등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수미 학예연구실장은 “디지털 영상과 오감 체험 등 프로그램으로 외국인 관람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이들이 친숙하게 전시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용 관장은 “외형적 성과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이 되도록 앞으로 더욱 내실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연 400만 관객 돌파 기념으로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매일 400명에게 선물 증정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13일 오전에는 400만 번째 입장객에게 꽃목걸이와 문화상품을 증정하는 축하행사도 연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