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안한 '전세 롤러코스터', 언제 내릴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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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나빴어." 송년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한 친구는 전세 계약 만기 후 1년 반이 넘도록 원룸 보증금 1억5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했다.
전세의 '월세화'니 '소멸'이니 말은 많지만 전세는 항상 내집 마련을 위한 고마운 사다리가 돼주었다.
세입자는 언제까지 이 불안한 전세의 시대를 견뎌야 할까.
고금리 같은 불가항력의 변수에도 불구, 한 아파트에서 1년 안에 수억원씩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는 피할 수 있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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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나빴어." 송년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한 친구는 전세 계약 만기 후 1년 반이 넘도록 원룸 보증금 1억5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했다. 전세사기가 크게 터진 후 새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다. 친구는 그사이 결혼했다. 보증금 회수를 못 해 직장이 있는 서울 대신 인천의 한 아파트에 신혼집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역시 전세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계약 직후 고금리 여파로 전셋값이 깎였단다. 친구는 옆집보다 자기네 전셋값이 3000만원 더 비싸다며 불운을 탓했다. 친구에게 요즘 다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우리나라에서 집 없는 사람에게 전세는 비빌 언덕이다. 전세의 ‘월세화’니 ‘소멸’이니 말은 많지만 전세는 항상 내집 마련을 위한 고마운 사다리가 돼주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전세살이는 꽤 불안하다. 최근 3년간 전셋값은 급등락을 반복했다. 전국 기준 전셋값은 2021년 8.8% 올랐다가 2022년 8.2% 내렸다. 올해 7월까지 9.2% 더 내리더니 최근 다시 반등했다. 본지 조사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별 최대단지 중 21곳 전셋값이 6개월 전보다 상승한 것로 나타났다.
그 결과 계약 시점에 따라 우리 집, 옆집, 윗집, 아랫집 전셋값이 다른 이·삼중 가격이 만들어졌다. 보통 사람들은 그저 운을 탓한다. 어쩌다 운 좋으면 싸게, 운 나쁘면 비싸게 전세를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를 탄 전셋값은 운이 정한 게 아니다. 정책의 영향이 크다. 2020년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며 급등의 문이 열렸다. 그렇게 거품이 꼈던 전셋값은 고금리 여파로 급락했다. 이후 안정을 되찾았던 것도 잠시,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이 축소되면서 매매 수요가 전세 시장에 눌러앉자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20년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입주물량도 위험 요인이다. 부동산 불황에 민간 투자 감소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공급을 옥죄던 과거의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이제 와서 전셋값을 흔들 기세다.
세입자는 언제까지 이 불안한 전세의 시대를 견뎌야 할까. 모든 정책은 선의로 시작됐겠지만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그저 시장에 맡겨뒀다면 어땠을까. 고금리 같은 불가항력의 변수에도 불구, 한 아파트에서 1년 안에 수억원씩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는 피할 수 있었지 않을까. 세입자는 언제쯤 롤러코스터에서 내릴 수 있나.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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