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지원했더니…공장 지어 카페 월세 750만원 챙겼다
지자체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저금리로 중소기업육성자금 등 정책융자금을 지원받아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공장을 지어 카페로 임대한 중소기업인이 대거 적발됐다. 그중엔 장애인 및 여성 기업이란 이유로 추가 저금리 혜택을 받은 기업도 포함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정책융자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해당 기업에 대한 융자금 조기환수 및 지원사업 참여 제한 등을 권고했다. 권익위는 전국 17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난 2월부터 8개월간 일부 사례를 추출해 조사를 진행했. 17개 지자체와 금융기관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정책융자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2조7917억원에 달한다.
‘정책융자금’은 각 지자체가 은행과 협력해 마련한 정책자금이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에 장기 저리 융자 자금으로 쓰인다. 중소기업인이 받는 저금리 혜택은 지자체 예산으로 메우고 있다.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이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돈을 빌린 중소기업인 중엔 공장 건설과 투자 등 대출 목적과 달리 사용한 이들이 비일비재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A기업은 공장 매입 명목으로 10억원을 지원받아 지역 산업센터 내 2개 호실을 취득한 뒤, 그중 1개 호실을 팔아 3억 22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정책융자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다. 저리로 빌린 돈으로 짭짤한 임대 사업을 벌인 이들도 있었다. B기업은 공장 신축 명목으로 10억원을 지원받아 건물을 짓고 임차인과 20년간의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임차인은 해당 건물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고, B기업은 매달 최소 750만원의 월세를 챙겨갔다.
C기업은 장애인기업 추가 금리 혜택(0.3%)이 적용된 정책융자금 2억 9000만원을 지원받아 부동산을 매입했다. 이후 다른 기업과 해당 부동산에 대한 임대차 계약(보증금 1억 3000만원, 월세 1300만원)을 맺어 월세를 챙겼다. 여성이 대표였던 D기업은 2015년 여성 기업 저금리 혜택(0.3%)이 추가로 적용된 10억원의 융자지원을 받았다. 이후 남성 대표이사가 취임했지만, 지자체와 은행의 관리 소홀로 올해까지 추가금리 혜택을 받고 있었다.
정책융자금을 우회 증여자금으로 사용한 중소기업인도 있었다. E기업의 대표이사는 공장 부지 매입 명목으로 융자금 10억원을 지원받은 뒤, 부친이 소유한 기업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F와 G기업은 농어촌진흥기금 사업에 지원해 2억원을 타냈던 사업 내용을 중소기업융성자금 사업에 똑같이 지원했고, 4억 1000만원과 5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권익위는 전국 지자체에 지원사업별 점검 주기 의무화 및 대출 은행과의 협력 강화 등 정책융자금 사후 관리 강화 방안을 권고했다. 동일 사업에 대한 중복지원 제한과 소액 과태료 체납으로 정책융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기업인에 대한 사전납부 기회도 명문화하도록 했다. 권익위는 다만 이날 발표에서 부정사용금액의 총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부 사례를 추출해 조사했고, 제도 개선이 조사의 초점이었다”고 말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제도개선을 통해 정책자금이 부정하게 누수되지 않고 투명하게 집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제도를 발굴해 개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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