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팬데믹’ 항생제 내성…제약바이오 신약개발 전개

신대현 2023. 12. 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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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용한 팬데믹(Silent Pandemic)’이라 부르며 글로벌 공중보건 10대 위협 중 하나로 꼽는 ‘항생제 내성’. 한국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처방으로 문제가 더 심각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항생제의 효력을 회복시키는 등 팔을 걷어붙인 헬스케어 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 “용도 잘못 이해”…OECD 평균 상회하는 처방량

11일 의료계와 업계에 따르면, 항생제는 세균의 생존·증식에 필요한 세포벽 합성, 단백 합성 등을 억제해 세균 감염증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세균으로 인한 감염증이 아닌 경우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내에선 감기 등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에도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질병관리청의 ‘2022년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많은 국민이 감기와 같은 세균 감염질환이 아닌 경우에도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등 ‘항생제의 용도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

항생제 과다 복용은 부작용이나 내성으로 이어진다. 특히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 인류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복용 중인 항생제가 병을 일으킨 세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할 때 생긴다. 세균이 기존에 사용하던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면 기존 항생제로는 내성 세균의 감염 질환 치료가 어려워진다. 내성이 생겨 항생제 효과가 듣지 않으면 작은 상처라도 잘 낫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술이나 항암치료 과정에서 세균 감염으로 사망할 수 있다.

지난달 14일 OECD가 발간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Health at a Glance 2023)’ 자료에 따르면, 34개 OECD 국가와 유럽연합(EU), 유럽경제구역(EEA) 국가에서 약 7만9000명이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사망한다. OECD 국가에서 약 20%의 감염은 항생제 내성 탓에 생긴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21년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인구 1000명당 16.0DDD(Defined Daily Dose)에 달한다. OECD 38개국 평균(13.1)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DDD는 의약품 규정 1일 사용량이다. 2011년 24.3DDD에 비해선 크게 줄어든 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처방량이 많은 편에 속한다.

◇ 새 항생제 연구 매진…내성 진단 제품 개발도 속도

최근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 증가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제약·바이오업계는 내성균에 작용하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전개 중이다.

대웅제약은 생물·바이오 벤처기업 노아바이오텍과 ‘내성 극복 플랫폼 기반 항생물질’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항생제 신약 개발을 추진한다. 노아바이오텍은 세균의 생존 시스템을 이용해 기존 항생제에 독창적 물질을 결합하고 항생제가 표적 세균 내부로 잘 전달되도록 해 세균 내 항생제 농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계약으로 양사는 항생제 내성 신약 후보물질 도출을 위한 초기 평가연구를 시작하고, 이후 검증된 물질에 대해 임상시험 등 중장기적인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 기술이 성공하면 내성으로 사용이 어려웠던 항생제의 기존 효력을 회복해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개발되는 항생제 신약은 글로벌 제약사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기관에서도 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트론바이오도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인트론바이오는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을 죽일 때 내뿜는 효소인 엔도리신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다. 박테리오파지는 체내 특정 유해 세균만 골라 없앨 수 있는 바이러스를 통칭하는 용어다. 인간에게 각종 감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죽이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박테리아의 천적’이라고 불린다. 

인트론바이오에 따르면, 박테리오파지의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폐렴구균에 대해 우수한 향균력을 보이는 엔도리신 기반의 슈퍼박테리아 신약 물질 ‘SPL200’을 확보했다. SAL200은 FDA로부터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파이프라인이다. 인트론바이오는 지난 10월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Basilea)와 SAL200에 대한 조건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항생제 처방 전 내성 여부 진단의 필요성도 높아지며 진단기업인 HLB파나진은 폐렴과 호흡기감염병 항생제 내성 진단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LB파나진에 따르면,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PNA(인공 DNA)를 대량 생산해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변이를 동시에 빠르게 검출할 수 있고, 민감도가 높아 소량의 검체만으로 짧은 시간 내 변이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항생제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도 출몰하고 있어 신약은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에서 유행 중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생제 내성에 관한 문제의식이 커진 상태다. 지난 6일 충북 청주 질병청 긴급상황센터에서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박영아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입원 치료했던 소아 가운데 마크로라이드에 내성을 보이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감염된 경우가 많았다”며 “항생제를 투여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난 만큼 과거보다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치료만큼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항생제는 꼭 필요한 상황에 한해 적절히 처방받아 복용할 것을 강조한다. 윤영미 대한약사회 정책홍보수석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과다 복용하면 우리 몸은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돼 정말 필요한 순간에 항생제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될 수 있다”며 “꼭 필요할 때 적정하게 투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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