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도체 외교]"생사 걸렸다"… 마지막은 네덜란드 찾아 '동맹'
尹, 반도체 '미래전략 산업' 지정… 규제 완화 통해 수출 30% 늘릴 것
취임 후 반도체 특강부터 국회 지원 당부… "경쟁국에 따라잡힐 수도"
네덜란드서 '반도체 외교' 결실 기대… 정부·기업간 실질적 성과 기대
"생사가 걸려 있다"며 반도체 산업을 '쌀'이라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반도체 외교'가 시작됐다. 올해 마지막, 13번째 세일즈 외교의 초점을 세계 최고 노광기술을 보유한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동맹' 구축에 맞춘 것도 글로벌 선도국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으로 이동 중인 공군 1호기 내에서도 참모, 부처 장관들과 반도체 회의를 1시간 가량 별도로 진행했다.
윤 대통령이 산적한 국내 현안을 뒤로 하고 다시 세일즈 외교에 서둘러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늘 준비해야 하는데 (반도체는) 어떻게 보면 장기 과제도 아니고 실시간 (대응)해야 하는 현안"이라고 강조했던 윤 대통령은 이번 네덜란드 일정을 사실상 '반도체' 행보에 집중한다. 국빈 초청에 나선 빌렘-알렉산더 국왕은 물론 마르크 뤼터 총리와의 만남에서도 윤 대통령은 양국 간 반도체 가치 사슬의 상호 보완성을 적극 강조할 방침이다.

尹 정부, 출범 전부터 '반도체'에 집중… "미래 책임질 국가 안보 자산"
반도체 산업 육성에 '국운'을 걸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소신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드러났다.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 처음으로 찾은 산업 현장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다. 당시 윤 대통령에게 현장을 안내한 이종호 당시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됐다.
윤 정부는 이미 출범 전 '110개 국정과제' 선정 과정에서 반도체를 미래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임기 말인 2027년 기준 반도체 수출액 30% 확대,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취임 직전 해인 2021년 반도체 수출액(1280억 달러·약 163조원)을 170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기 위한 지원책의 핵심은 규제 완화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 투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공장을 빠르게 짓고 생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열흘 만에 성사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시작한 것도 의미가 크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최고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현장을 봤다"고 극찬했고 윤 대통령도 "반도체는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 안보 자산"이라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974년 한미 합작으로 설립된 한국반도체와 삼성전자의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 계획 등 양국 반도체 협력 사례를 언급하며 추가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취임 후 한 달여 만에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특강'을 진행한 장면에선 윤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을 '생사가 걸린 국가 산업'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당시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반도체 이해 및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서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국무위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제고했다.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이 소관 부처의 중요 이슈를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강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법제처장에게도 반도체 공부를 주문하는 등 "각자 더 공부해서 수준을 높이고, 과외선생을 붙여서라도 공부를 더 하라"며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을 지시했다.
여기에는 과거 박정희 정부가 중화학공업으로 후진국의 그늘에서 벗어났듯이 이제는 경제 안보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산업을 통해 글로벌 선도국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이 반영됐다. 윤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 중 하나인 교육 개혁 역시 반도체 산업 육성을 기반에 뒀다. 윤 대통령은 주무부처인 교육부를 콕 집어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며 "첨단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려면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12/akn/20231212110125804whji.jpg)
선제적 투자 위한 뒷받침 줄곧 당부… 경제 전쟁터에서 정부 지원 불가피 의지 강조
여당에 지원 의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고 하고 4차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라 우리 생사가 걸려 있다"며 선제적 투자를 위한 뒷받침을 당부했다.
결과물도 이어졌다.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반도체특별법)을 통해 대기업이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에 시설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8%를 세금에서 공제해 주기로 했다. 대기업의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역시 기존 6%에서 8%로 늘었다.
반도체 클러스터 등 특화단지 조성 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지원책도 마련됐다.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은 사업자가 원할 경우 수도권에도 특화단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둔 게 골자다. 인허가 처리 결과 통보 기간은 15일로 단축해 인허가 지연으로 특화단지 조성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또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입지·전력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될 수 있도록 공기업 또는 준정부기관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특례 대상에 포함했다.
윤 대통령의 추가 지원 지시도 이어졌다. 지난 연말 해당 개정안이 정부여당 요구폭보다 크게 낮아지자 윤 대통령은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며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발목 잡기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 확대를 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경제 전쟁터가 첨단산업 전체로 확대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전국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과 2026년까지 반도체 등 핵심과제에 민간 주도로 550조원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각국은 첨단산업제조 시설을 자국 내 유치하고자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더 성장하기 위한 민간의 투자를 정부가 확실하게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 공식 방한한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네덜란드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12/akn/20231212110127216yztb.jpg)
'반도체 외교' 굵은 결실 쏟아질 네덜란드… 양국 정상 간 협력 의지는 이미 확인
올해 총 13번의 '세일즈 외교'에서의 주목할 만한 성과도 반도체에 집중됐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한국 정부, 기업과의 협력을 당부했고 3월에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양국 간 수출 규제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제가 산업계는 물론 전반적인 국내 경기 회복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대한 우호 조치들은 윤 대통령이 4월 미국 국빈 방문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IRA와 반도체법이 예측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호혜적인 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행되도록 긴밀히 협의한다'는 공동성명을 끌어냈다. 양 국가가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협의와 조율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글로벌 공급망 체계 관리와도 연계된 만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로 우선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서는 윤 대통령의 '반도체 외교'가 가장 큰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이미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수차례 만나며 반도체 협력에 대한 의지를 다져놨다. 지난해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와 올해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안정적 장비 공급'은 물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지난해 11월 뤼터 총리 방한 당시에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과 우리의 반도체 생산기업 간 협력까지 다뤘다.
윤 대통령은 이번 만남에서는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기업인 ASML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기업의 역량을 결합한 반도체 가치사슬의 상호 보완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내년에 출시될 최신 노광장비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ASML을 포함해 주요 반도체 기업인들과 함께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해외 정상 최초로 ASML의 클린룸도 방문한다. 빌럼-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함께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통령이 네덜란드 혁신 현장을 방문함으로써 우리 정부로서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의 일환으로 화성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서도 우리에게 나름의 힌트와 통찰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시내 한 식당에서 한-네덜란드 오찬 회담을 갖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12/akn/20231212110128458mtfb.jpg)
암스테르담=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 브래지어 풀지 마세요"…5년만에 바뀐 심폐소생술 지침은 - 아시아경제
- "박세리♥김승수, 결혼 발표"에 "축하해요" 온라인 후끈…알고보니 "낚였네" - 아시아경제
- 급하니까 지하철에서 라면·족발…'부글부글' 민원 넣어도 처벌 근거 無 - 아시아경제
- "며느리와 헤어져야 화해" 베컴 부부도 장남 브루클린에 최후통첩 - 아시아경제
- "몽클레르 필요 없다, 한국 여성처럼만"…중국서 불티나게 팔리는 '못생긴 옷' - 아시아경제
- 연봉 100배 제안에도 "안 갑니다"…EBS '나비효과' 윤혜정이 사교육 거절한 이유 - 아시아경제
- "한국이 또 해냄"…'원조' 두바이에 '두쫀쿠' 유행마저 역수출 - 아시아경제
- "화장실 휴지, '이 방향'으로 걸면 절대 안돼"…세균 노출 위험↑ - 아시아경제
- "밀수품이라고?" 저렴해서 즐겨 먹었는데…세계과자할인점 12곳 '세관 적발' - 아시아경제
- "담배냄새에 싫은 표정 했을 뿐인데"…버스정류장서 '묻지마 폭행' 40대男 검거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