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의 ‘비잉 위드’…“공존하는 모든 것들의 소리”

임세정 2023. 12. 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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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제 삶이 '평균값'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에 두렵거나 불안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다들 비슷한 음악을 하는 것보다 누군가는 한 시간짜리 곡도 만들고 누군가는 음악에 미생물 소리도 넣고, 그래서 다양한 음악이 존재할 때 세상이 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요."

루시드폴은 "사람들은 서양음계의 멜로디와 사람의 목소리, 피아노나 기타같은 악기들을 사용한 음악에 익숙해져 있다"며 "앰비언트는 거기에 물음표를 찍어주는 음악"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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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신보 발매…다양한 실험 통해 앨범 구성
“듣는 이에게 어떤 식으로든 즐거움 주고 싶어”
루시드폴 신보 '비잉 위드' 커버 이미지. 안테나 제공

“가끔은 제 삶이 ‘평균값’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에 두렵거나 불안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다들 비슷한 음악을 하는 것보다 누군가는 한 시간짜리 곡도 만들고 누군가는 음악에 미생물 소리도 넣고, 그래서 다양한 음악이 존재할 때 세상이 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요.”

신보 ‘비잉 위드(Being-with)’ 발매를 앞두고 지난 7일 서울 중구의 한 갤러리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앨범에 지난 몇 년간 수집한 소리들을 담았다. 사람 소리도 있고 기계나 동식물 같은 비(非)인간의 소리도 있다.

루시드폴은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도, 미생물이 발효할 때 내는 소리나 물 속의 소리처럼 잘 듣기 어려운 소리도 넣었다”며 “모은 소리들로 곡을 하나씩 만들다보니 앨범의 주제가 ‘함께 살아가기’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루시드폴. 안테나 제공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 데는 제주에서 귤 키우는 농부로 살아가는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루시드폴은 “10년 정도 농사를 지으면서 농사 자체에 대해 알게 된 건 별로 없는데, 과수원에 있다보면 점점 내가 작아지는 걸 깨닫는다”면서 “처음엔 나무 말고 다른 것들은 잘 안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자 벌레들이 다니면서 일을 하고 이런 저런 새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공간처럼 보이던 곳이 어느 순간 굉장히 큰 우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음악을 만들었다. 타이틀곡 제목인 ‘마테르 돌로로사’는 고통받는 어머니를 일컫는 라틴어 단어다. 이 곡은 포클레인과 그라인더 소리, 철근 떨어지는 소리 등 공사장에서 채집한 굉음으로 만들었다. 소리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음악인 셈이다. 여덟 마디의 모티브를 반복 연주하면서 피아노의 조율만 계속 변화시키기도 하고, 기존에 있던 곡의 소리를 늘이고 잘게 잘라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루시드폴. 안테나 제공

가사 없이 소리만으로 만들어진 이같은 음악은 앰비언트라는 장르로 구분된다. 루시드폴은 “사람들은 서양음계의 멜로디와 사람의 목소리, 피아노나 기타같은 악기들을 사용한 음악에 익숙해져 있다”며 “앰비언트는 거기에 물음표를 찍어주는 음악”이라고 정의했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에 대한 시도는 음반을 제작하는 데도 적용된다. 이를테면 LP를 만드는 게 세상에 불필요한 플라스틱 조각을 쌓는 일은 아닐까 하는 고민같은 거다. 페트 소재 LP를 만드는 회사와 함께 종이 라벨도 붙이지 않은 투명한 LP를 만들어보려 했지만 노이즈 문제 때문에 이번엔 실패했다.

루시드폴은 “페트로 만든 음반은 음악을 듣다가 마음에 안들면 분리수거를 할 수도 있다”며 “최근 생분해되는 소재(PLA)로 LP를 만드는 스타트업도 생겼다. 궁극적인 소망은 언젠가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 LP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시드폴. 안테나 제공

이른바 ‘콘텐츠 지구력’이 떨어지는 요즘이다. 귀를 잡아끄는 가사도, 익숙한 후렴구도 없고 심지어 길이가 긴 음악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루시드폴은 “빠르고 자극적인 시대에 ‘잠깐만요, 아마 그게 다는 아닐텐데요’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음악이 아니라 소음이나 소리라고 생각해온 것들 안에도 음악적 요소가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가장 친절한 언어로 자신의 음악을 설명할 의무가 있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 강요할 순 없다. 듣는 분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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