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왜 ‘김건희 특검법’ 반대할까…그 세 가지 이유
여권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의 강행처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년 총선 국면에서 최대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권이 ‘김건희 특검법’을 극렬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역대 특검 수사 사례에서 봤듯이 수사 상황이 사실상 생중계되며 총선 기간 내내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수사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을 여권은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특검 수사로 규명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주가조작 등 의혹과 관련돼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사건’도 기타 수사 범위로 들어가 있어 수사 범위가 무한정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여권의 주장이다.
세 번째로 국민의힘은 민주당 입맛에 맞는 특별검사가 최종 임명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여권이 눈에 뻔히 보이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결국 총선까지 정치적으로 악용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의도”라며 “총선 이후에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겠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을 찾을 수 없다”고 공격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총선 기간과 맞물려 진행될 특검 수사 기간 내내 피의사실공표에 가까운 브리핑이 이어질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김 여사 특검법안에는 ‘특검 또는 특검의 명을 받은 특검보는 수사대상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하여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김 여사 특검법안의 ‘언론브리핑’ 조항은 역대 특검법에도 동일하게 있는 것이다.
다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김 여사에 대한 지금 민주당의 행태를 볼 때 정상적 언론브리핑을 기대하기 어렵고, 악용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총선 기간 내내 언론플레이를 할 것이 불 보듯 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특검은 내년 1월 말 출범해 2월 중순 수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수사기간은 특검이 준비기간을 만료한 날의 다음 날부터 70일 동안 진행되며, 30일 연장이 가능하다
최대 수사 기간이 100일이라 내년 4월 10일 총선을 훌쩍 넘겨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특검법안의 수사 범위가 모호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특검법은 기본 수사 범위를 ‘김 여사와 그 가족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기타 상장회사 주식 등의 특혜 매입 관련 의혹’으로 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주가조작 등 의혹과 관련돼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사건’도 기타 수사 범위로 포함된 것을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인지사건도 수사범위에 넣을 경우 터무니 없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 “일부 세력들은 최근 터져 나온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같은 것도 수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우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별검사 지명권자 조항도 논란거리다.
‘김건희 특검법’의 내용을 보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는 권한에서 국민의힘은 제외돼 있다.
여권이 수사 대상이 될 때는 여당이 특검 추천에서 빠진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과거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의혹 규명 특검법’의 경우에는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제외한 교섭단체 중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합의한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 받았다.
이번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과 정의당·기본소득당도 특검 후보자 추천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원내 의석 수 20석 미만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이 특검 추천 권한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김건희 특검법’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정의당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생긴 결과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생기고 나서 비교섭단체가 포함돼 특검을 추천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기본소득당에서 특검을 추천하면 중립적이지 않은 편향적 검사가 임명될 우려가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주류·비주류를 막론하고 김 여사 특검법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윤 대통령이 배우자의 특검을 거부할 경우 ‘공정’을 강조했던 이번 정부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여권 내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는 위험 요소다.
여론은 여권에 불리한 상황이다.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33명에게 100% 무선전화로 실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20%에 그쳤고,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70%로 조사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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