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억이면 전세사기 50% 구제, 청년에 그 정도 못해주나"

장재완 2023. 12. 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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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①]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백약이 무효, '선 구제 후 회수'가 답"

[장재완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
ⓒ 오마이뉴스 장재완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수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들은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외치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광역시당 전세사기피해TF 공동단장을 맡아 일찍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박정현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대전시청 앞에서 열린 대전전세사기피해자 집회에 참석해 그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 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호소가 담긴 동영상을 틀며, 민주당이 반드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이분들의 눈물을 닦에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오마이뉴스>는 박정현 최고위원을 만나 전세사기 피해 현황과 해결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

"전세사기 피해 대부분 청년층, 최소 절반이라도 '선 구제'해야"

- 민주당 대전시당 전세사기피해TF 단장을 맡고 있다. 대전지역과 전국적인 전세사기 피해 상황을 설명해 달라.

"사실 전세사기 피해 상황 파악은 대전시나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다. 대전시는 접수만 받고 있을 뿐, 구체적인 조사 등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피해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오히려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원회에서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대책위가 파악한 대전지역 피해 가구 수는 3290가구 정도 되고, 피해 건물이 약 280채 정도 된다. 피해액은 3500억 원 정도다. 이것도 11월 14일 기준이니까 지금은 더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국토교통부에서 인정된 것만 9천 건 정도 된다. 지금 접수 후 계류 중인 것까지 합하며 약 1만 건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전국적인 피해 상황은 종잡을 수 없다. 대충 예상해 본다면 약 2~3만 건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대부분 젊은층이라고 하는데.

"일단 청년층, 20~30대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피해자대책위와 간담회를 통해 만났을 때는 그래도 연세 드신 분들이 한 두 분 계셨는데, (지난 5일) 피해자 집회에 가보니까 거의 다 젊은층이었다."

- 1인당 피해액은 어느 정도 되나?

"대책위에서 파악하고 또 저희가 분석한 바로는 1인당 1억 원에서 1억5천만 원 정도 되는 것 같다. 그 이상도 있지만 그 정도 피해를 본 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 지난 5일 대전지역 피해자 집회에 200명 넘게 참석했다. 대전지역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에 어떤 특징이 있나?

"대전은 다가구주택 피해자들이 많다. 피해자의 70%가 다가구 주택 거주자들이다. 한 건물에 원·투룸 형태의 가구가 10여 채 이상씩 있기 때문에 다가구 피해자가 많고, 또 청년층이 많다.

다가구 주택은 주인이 1명이고 보통 15명 가구 정도의 세입자가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전세사기피해지원특별법상 '우선매수권(경매가 진행될 때 해당 주택의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에게 주어지는 권리)'이나 '최우선변제권(주택 임대차 보호법에 따라 임차한 주택이 경매되거나 공매될 때에 소액 임차인의 보증금 가운데 일정액을 다른 담보 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기가 어렵다. 특별법 개정에서 이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현 특별법에서의 사각지대가 바로 신탁사기하고 다가구주택 피해, 이 두 가지인 것 같다."

- 해결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선 구제 후 회수'다. 100%는 아니라고 해도 90% 정도는 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한다. 우선 선 구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분들이 자신들이 피해를 당한 전세금 전체를 다 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 절반은 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신다.

그 분들 평균 보증금이 1억 5천만 원 정도 된다. 전국적으로 피해자라고 인정받은 9천 건이다. 넓게 잡아 1만 건이라고 해도 전체가 약 1조 5천억 원이고, 절반이라고 하면 7500억 원이다. 그 정도는 국가가 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시는데, 정말 공감한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감소분이 1조 8천억 원이다. 부자들에게는 그렇게 퍼주면서 정말 피 같은 돈, 잠 안자고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사기당하고 절망에 빠진 우리 청년들에게 그 정도도 못해 주나. 다른 청년 정책 하면 뭐하나. 일단 이 청년들을 살려야 하지 않겠나. 그것도 그 돈 다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닌데..."

"'선 구제 후 회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해야"
 
 박정현 민주당 최고위원(사진 가운데)이 지난 5일 저녁 대전시청 남문 광장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전국 공동행동에 참여하여 거리행진을 함께 하고 있다.
ⓒ 신지혜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세사기가 이전 정부의 정책 때문에 생겼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을 못 잡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고, 또 그 전 정부에서도 못한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대안을 마련하는가다. 전 정부 때문에 생긴 문제니까 너네 잘못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한가한 이야기다." 

-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이장우 대전시장과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데, 계속 만나지 못하고 있다. 제발 한 번만 만나달라고 이 시장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았더니 모두 삭제 당했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그게 뭐하는 짓인가. 이장우 시장의 그런 태도는 시장 취임 1년 6개월 동안 계속 똑 같았다. 그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이 시장은 그 분들만 안 만난 게 아니라 계속해서 시민들과 척을 지고, 시민들이 모여서 의견을 개진하려는 중간지원조직 등을 다 없애버렸다. 완전 불통시장이다."

- 지난 5일 집회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피해자들은 어떤 이야기들 주로 했나.

"어떤 분이 그랬다. '우리가 당근마켓에서 거래한 것도 아니고, 간이영수증으로 거래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정말 공감되는 말이었다. 국가가 보증하고 인정하는 시스템에서 확인할 서류 다 확인하고 거래했는데 사기를 당했다. 국가가 만든 법대로 했는데 피해를 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개인 간의 거래니까 개인이 해결하라? 말이 안 된다. 그럴 것이면 국가가 뭐 하러 있고, 정부는 뭐 하러 있나? 법과 국가 시스템이 미비해서 생긴 일이니까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는다고 본다.

피해자들 중에는 결혼을 앞둔 분들도 많다. 결혼하려고 자기가 모은 돈 다 끌어 모으고 대출받아서 이사 갈 집 계약했는데, 사기로 인해 이 쪽 집 보증금을 뺄 수 없어서 이도저도 못하는 분들도 꽤 있다. 그러니 결혼도 포기하고 애 낳는 것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20~30대 젊은 청년들이 그런 큰 빚을 지고 무슨 희망이 있겠나. 전세사기 당한 자기 아들이 '멘붕'이 돼서 출근하고 있는데, 아이가 어떻게 될까봐 매일 2시간 걸리는 거리를 오가고 있다는 아버지의 말을 들을 때는 정말 부모 입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 집회 다음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자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을 틀기도 했다.

"내가 말로만 하는 것보다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다. 그러면서 말씀드렸다. 정치라는 게 국민의 삶을 보듬는 것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데, 정치가 잘못해서 국민들을 이 추운 겨울에 길바닥으로 내몰고 있으니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깝고 정말 죄송하다고.

민주당이 더 잘해야 한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지금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어렵게 됐다. 12월 임시국회에서 해야 하는데, 반드시 개정 법안에는 '선 구제 후 회수'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정부여당이 반대하고 있는데, 안 되면 우리 당 단독으로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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