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깨지고 권한 뺏기고…LH, '생존 경쟁' 돌입
퇴직자 재취업 심사, 2급→3급으로 확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앞으로 민간 업체들과의 '생존 경쟁' 싸움에 돌입하게 된다. 정부가 LH의 혁신을 위해 공공주택 사업 일부를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주택건설 과정에서 독점해오던 LH 이권의 핵심인 설계·시공·감리업체의 선정 권한도 전문기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아울러 전관예우를 근절시키기 위해 재취업 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 LH 퇴직자 규모도 확대(30%→50%)된다. 입찰 제한 등이 적용되는 LH 퇴직자 근무 기업의 숫자도 대폭 늘어난다.
LH 공공부문 독점으로 공급 여력 및 경쟁 부족 발생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LH 혁신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의 골자는 LH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과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설계·시공·감리 등 업체 선정 권한을 이관시켜 LH의 독점이 사실상 '부실'을 초래했다는 구조적 오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한계점을 드러냈던 LH 자체 혁신안과 정부의 주택공급 문제를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포괄적인 해법으로 해석된다.
먼저 국토부는 공공주택 사업 참여 기회를 민간 기업에도 부여키로 했다. 공급 주체별 비교 경쟁을 통해 선호도 높은 고품질 브랜드의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민간 역량 활용으로 공급계획도 조기 달성하겠다는 의도다. 지금까지는 민간 건설사가 시공을 맡는 경우는 있어도 직접적인 시행은 LH가 독점하는 구조였다. 현재 공공주택 사업시행자 중 LH가 공급량의 72%(나머지 28%는 지방공사)를 차지하면서 건설과정에 대한 관리 소홀이 초래되고 부실 감리 및 품질 저하 등이 발생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LH가 가지고 있던 업체 선정 권한도 조달청에 이관된다. 설계(설계 공모 포함) 용역업체와 시공업체는 조달청이, 감리업체는 국토안전관리원이 각각 맡아 선정 및 계약체결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LH는 선정된 업체의 용역수행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LH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도 대폭 강화한다. 특히 2급 이상 고위 전관이 취업한 업체는 LH 사업에 입찰을 원천적으로 제한된다. 현재 2급 이상 퇴직자(전체 퇴직자의 30% 수준)를 대상으로 한 재취업 심사는 3급 이상 퇴직자(50% 수준)로 확대되며, 전관 근무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업체 숫자도 현재의 200여개에서 4400여개 대폭 늘릴 방침이다.
이외에도 LH가 설계하는 모든 아파트는 착공 전 구조설계를 외부 전문가가 검증하고, 구조도면 등 안전과 직결되는 항목은 대국민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한다.
또 LH 현장에서 철근배근 누락 등 주요 안전 항목을 위반한 업체는 일정 기간 LH 사업에 대해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한다.
유명무실한 감리제도 개선하고 설계 책임 명확화국토부는 철근누락 아파트에서 드러난 유명무실한 감리제도의 문제점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감리가 건축주와 건설사에 예속되지 않도록 건축주 대신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하는 건축물을 확대하고, 선정방식도 단순 명부방식에서 적격심사를 통한 객관적 방식으로 개선한다.
실력과 전문성이 우수한 감리를 ‘국가인증 감리자’로 선정해 고층·대형 공사 등의 책임감리로 우대하고, 감리 업무만 전담하는 전문법인을 도입한다.
부실 설계를 방지하기 위해 명확한 설계 책임 부여와 검증 체계 강화도 추진된다. 설계 업무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현재 건축사가 작성하고 있는 구조도면은 구조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화한다.
아울러 공공공사에 적용 중인 건설사의 설계검토 의무를 민간공사까지 확대하고, 시공 중 기초와 주요부 등 설계 변경 시 구조전문가 검토를 거치도록 해 설계와 시공 간 상호검증 체계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건설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체계도 강화된다.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주요공정은 공공(국토안전원 등)이 현장을 점검한 후 후속 공정을 진행하도록 한다.
국토부는 안전과 품질이 우선될 수 있도록 건설산업 시스템 개편도 추진한다. 적정 공기 내에서 제값 받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 적정 공기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주택 사업에는 적정 감리비가 지원되도록 대가 기준도 현실화하기로 했다. 또 사업 인허가 시 건축위원회(지자체)가 공기와 대가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 중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조속히 개정안을 발의하고, 하위법령 또는 LH 내규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이번 혁신방안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LH가 되기를 바란다”며 “건설안전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LH 전관과 건설카르텔을 반드시 혁파해 카르텔의 부당이득을 국민께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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