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전 수석 "대통령 소통점수 90점"... 진심인가요?
[임병도 기자]
▲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5월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2023.5.24 |
ⓒ 연합뉴스 |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11일 <KBS라디오> '특집 1라디오 오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실과 국민 사이의 소통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90점 정도 드리고 싶다"고 대답했다.
강 전 수석은 "(윤 대통령이) 취임 초 도어스테핑을 통해서 아침마다 언론을 통해 국민과 직접 만나셨다"며 9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준 이유로 '출근길 문답'을 꼽았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대통령 문자 공개 이후 12일간 도어스테핑 중단
강승규 전 수석은 도어스테핑을 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잘한 증거라고 내세웠지만, 한편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불통 정부임을 드러낸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약 반년간 출근할 때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출근길 문답'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다. 도어스테핑이 처음 중단된 것은 지난해 7월 27일이다. 당시 12일 동안 도어스테핑은 없었다. 윤 대통령이 외부 일정 등으로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전날인 2022년 7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사적으로 보낸 문자가 언론에 공개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기자들은 관련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대통령이 12일 동안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대통령실은 외부 일정과 주말, 휴가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대로 믿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문자가 공개되자 그날 오후 대통령실로 들어오는 윤 대통령에게 '엠부시'(ambush 기자들이 따라다니면서 질문을 하는 것)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엠부시 취재를 하겠다는 것은 온당치 않은 것 같다. 양해해 달라"고 요청하며 취재를 원천 차단했다.
▲ 2022년 9월 MBC가 보도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
ⓒ MBC뉴스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결정적 이유는 미국 순방길에 터져 나온 비속어 파문과 특정 언론사에 대한 전용기 배제가 원인이었다.
2022년 9월 MBC는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주장했다.
비속어 논란 이후 윤 대통령은 9월 26일 도어스테핑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한다는 건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대통령실은 MBC에 보도 경위를 묻는 공문을 보냈고, 국민의힘은 MBC를 고발했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 안보 이슈와 관련하여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실)
▲ 2022년 11월 18일 도어스테핑에서 MBC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는 윤석열 대통령 |
ⓒ JTBC 유튜브 갈무리 |
2022년 11월 18일 도어스테핑에서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는 악의적인 행태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기주 MBC 기자가 "MBC가 뭐를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라고 물었고 대통령은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후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MBC 기자를 향해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두 사람 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이날 이후 도어스테핑은 전면 중단됐고, 지금까지도 재개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 2022년 9월 강승규 시민사회 수석과 한 남성의 전화 녹취록 |
ⓒ MBC뉴스 갈무리 |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윤 대통령의 욕설 파문 당시 MBC 앞에서의 우파 시위를 사실상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9월 인터넷 언론 <열린공감TV> (구 더 탐사)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강 수석은 "어휴 저놈들, MBC 저놈들 어떻게 해야 돼요?", "MBC는 조작", "누구는 그런 거를 매국언론이라고 그러더라고" 등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MBC 앞에서 우파 시위를 해야 한다는 말에 "그렇게 해주세요"라는 요구까지 했다.
MBC 취재 결과 강 수석의 전화 통화 이후 MBC 앞에서는 31차례의 외부인 집회가 신고됐고, 이중에는 강 수석과 밥을 먹었던 보수 유튜버의 집회도 있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맛보고 있다. 오른쪽 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 2023.12.6 |
ⓒ 연합뉴스 |
강승규 전 수석은 "대통령의 노력들이 국무회의에서 코피까지 흘리시는 그런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지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한다"면서 "(윤 대통령이)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먹방만 잘한다"며 '불통 대통령'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부산 방문 당시 대기업 총수들을 데리고 전통 시장에서 떡볶이를 함께 먹은 것을 두고 "바쁜 기업 총수들을 데려다가 홍보용 사진을 찍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불편한 질문과 논란이 터지자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현장 방문도 대통령 중심인 경우가 많았다. 국무회의와 간담회 등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시간이 제일 길다는 말도 나온다.
소통은 어떠한 것도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뜻이다. 강승규 전 수석이 말하는 '소통'과는 의미가 달라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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