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리베로' 신연경, 기업은행 상승세 주도

양형석 2023. 12. 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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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디그 1위 활약으로 팀에 기여하는 알토스의 캡틴

[양형석 기자]

파죽의 6연승으로 선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승점 1점 차이로 추격하고 있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제외하면 최근 V리그 여자부에서 가장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은 3연승을 달리고 있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다. 개막 후 3연패를 당하며 힘들게 시즌을 시작했던 기업은행은 주전 라인업이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서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고 3라운드에서 3연승을 거두면서 단독 4위로 올라섰다(8승 7패).

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브리트니 아베크롬비가 득점 2위(397점), 공격성공률 4위(43.52%)를 달리며 전체 1순위 외국인 선수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일정 때문에 시즌 개막 나흘을 앞두고 입국했던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 역시 팀 적응을 끝내고 붙박이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동료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블로킹 1위(세트당 0.93개)를 달리고 있는 최정민의 성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팀 리시브효율 3위(34.94%), 팀 디그 2위(세트당 20.62개)에 올라있을 정도로 수비에서도 부쩍 나아진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한 팀 색깔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업은행의 수비집중력이 좋아지고 있는 비결은 역시 이 선수의 활약이 결정적이다. 이번 시즌 세트당 5.38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디그 부문 1위에 올라있는 기업은행의 '캡틴' 신연경이 그 주인공이다.

아웃사이드히터에서 리베로로 변신한 선수들
 
 신연경은 2020년 6년 만에 기업은행으로 컴백해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 한국배구연맹
 
남자부에서는 2014-2015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오재성(우리카드 우리WON)과 2020-2021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 박경민(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등 1라운드 출신 리베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자부에서는 아직 리베로 포지션 선수의 드래프트 상위 지명은 거의 없었다. 여자부 최초의 리베로 신인왕 최효서(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지명 순위 역시 2라운드 6순위에 불과했다.

리베로 포지션의 상위지명이 거의 없는 이유는 30대 이상 베테랑 리베로 대부분이 전문 리베로가 아닌 아웃사이드히터 출신이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국가대표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친 디그' 김해란 리베로(흥국생명)는 2002년 아웃사이드히터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입단했다가 작은 키 때문에 리베로로 변신했다. 물론 김해란의 리베로 변신은 김해란 개인은 물론이고 한국 여자배구를 위해서도 최고의 선택이었다.

지난 2019-2020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최근 네 시즌 연속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며 현역 최고의 리베로로 군림하고 있는 '최리' 임명옥 리베로 역시 V리그 원년 아웃사이드히터로 KT&G 아리엘즈에 입단했다. 입단 후 세 시즌 동안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던 임명옥은 2006-2007시즌이 끝난 후 최광희(남양초등학교 감독)가 은퇴하자 리베로로 변신해 오늘날 리그 최고의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2006-2007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했던 오지영 리베로(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역시 입단 당시 포지션은 아웃사이드히터였다. 작은 키 때문에 리베로로 전향했지만 김해란의 존재 때문에 서베로(서브+리베로) 역할에 만족하던 오지영은 2017년 KGC인삼공사로 이적하면서 기량이 꽃 피기 시작했다. 오지영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며 디그 1위를 기록했다.

한다혜 리베로와 함께 GS칼텍스 KIXX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한수진 리베로 역시 165cm의 작은 키에도 프로 입단 당시엔 리베로가 아니었다.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 시절 미들블로커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을 정도로 여고배구 최고의 멀티플레이어였던 한수진은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작은 키 때문에 어느 포지션에도 적착하지 못했고 결국 2019-2020 시즌부터 전문 리베로로 변신해 활약하고 있다.

'최리' 임명옥 제치고 디그 1위 등극
 
 신연경은 지난 10일 도로공사전에서 20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디그 부문 선두로 올라섰다.
ⓒ 한국배구연맹
 
2012-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기업은행에 입단한 신연경은 두 시즌 동안 55경기에 출전하며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2014년 FA 김사니에 대한 보상선수로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신연경은 그해 컵대회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2014-2015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하지만 2015-2016 시즌 코트에 복귀한 신연경은 리시브 전문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며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신연경은 매 시즌 뛰는 세트보다 득점이 적었을 정도로 공격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서브와 안정된 수비로 팀 공헌도가 높았고 2018-2019 시즌에도 변함 없는 활약으로 흥국생명의 4번째 챔프전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부상 때문에 고전하던 신연경은 2019-2020 시즌을 앞두고 리베로 변신을 선택했다. 그리고 2019-2020 시즌이 끝난 후 신연경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2020년4월 이다영(볼레로 르 꺄네)의 보상선수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은 신연경은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6년 만에 기업은행으로 컴백했다. 당시 기업은행은 마땅한 주전 리베로가 없었고 덕분에 신연경은 이적 첫 시즌부터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다. 그리고 신연경은 2020-2021 시즌 수비 3위(세트당 7.42개), 2021-2022 시즌 수비 2위(세트당 7.19개), 지난 시즌 수비 3위(세트당 7.75개)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리베로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2021-2022 시즌부터 팀의 주장으로 나서고 있는 신연경은 이번 시즌에도 팀의 주장이자 주전 리베로로서 기업은행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신연경은 이번 시즌 41.54%의 리시브 효율(6위)과 세트당 5.38개의 디그(1위)를 기록하면서 수비 부문에서 4위(세트당 7.30개)에 올라있다. 특히 지난 10일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는 임명옥 리베로 앞에서 무려 20개의 디그를 걷어 올리며 기업은행의 3연승을 견인했다.

신연경의 공식 프로필 신장은 176cm로 아웃사이드히터 시절에는 결코 큰 키가 아니었고 무릎부상까지 겹치면서 높이 문제로 고전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리베로로 한정하면 176cm는 흥국생명의 박수연과 함께 리그 최장신이다. 물론 리베로 중에는 170cm가 채 되지 않는 선수도 많고 좋은 리베로의 조건에 신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신연경은 이미 좋은 리베로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인 '공에 대한 집중력과 집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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