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이낙연 신당 어떻게 이해하나, 옳은 길 아닌데"
[박소희, 남소연 기자]
▲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 참석하고 있다. |
ⓒ 남소연 |
2020년 총선에 출마하며 정치에 입문한 이소영 의원의 한때 후원회장은 이낙연 전 대표였다. 그는 1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 전 대표는) 지금까지 전직 총리, 중진 선배로서 기여한 바가 크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 이 시점에 당을 분열과 불안의 소용돌이로 몰고가는 일에 앞장서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연대설까지 나오는 일을 "국민이든, 민주당 지지층이든, 정치 후배든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라고 했다.
이 의원은 원희룡 장관의 행보 역시 "공감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그는 원 전 장관이 안전운임제, 전세사기 피해 구제 등 "중대현안을 이렇게 방치하고 무책임하게 떠나선 안 된다"며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출마한다는데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정치인 원희룡'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정치적 자산을 거의 상실했다"며 "개혁적이고 소장파 이미지를 가진 원희룡은 온데간데 없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도 비판했다.
"현장은 아비규환인데... 원희룡은 도망쳤다"
- 원희룡 장관의 총선 출마가 현실이 됐다. 지난 5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전운임제,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 등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이 장관직을 내려놓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는데.
"'원희룡 장관'이 저지른 잘못이 많다. 대표적인 게 안전운임제(과로·과적·과속을 막기 위한 일종의 최저임금제였으나 일몰 연장 무산으로 폐지) 이후 표준운임제를 한다고 했지만 강제력 없는 제도다. 이미 화물노동자들의 수입은 36% 정도 감소했다더라. 현장은 아비규환인데, 자신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도망쳤다.
전세사기도 원 장관이 '정부가 사기 피해에 개입할 수 없다'고 여러 번 밝히면서 구제 범위가 좁아졌고,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출마한다는데 공감하기 어렵다. '정치인 원희룡'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정치적 자산을 거의 상실했다. 개혁적이고 소장파 이미지를 가진 원희룡은 온데간데없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
-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 같은 경우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 중 하나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고 찬성 여론도 높지만, 다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상하고 있다.
"(신속처리안건 지정제도에 따라 12월 22일 이후인) 12월 28일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이 자동 상정되는데, (야권 의석이 과반이니) 가결되겠죠. 윤 대통령은 100% 거부권 행사한다. 지금까지 여론 눈치 보면서 결정했던 대통령이 아닐뿐더러 김건희 여사나 처가 문제에서 한 번도 공정하고 엄정한 태도를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자신의 존립 근거를 상실한다. 오로지 공정과 상식을 갖고 정치에 나섰는데, 부인이나 처가에 대해서 헌법상 권한까지 동원해서 방탄한다? 자기부정이고, 대통령의 공적 권위까지 내던지는 일이 된다. 또 국민의힘이 일치단결해서 부결표를 던지고, 그럼에도 통과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특검이 성사 안 되면 대통령과 여당은 방탄의 늪과 내로남불의 늪에 동시에 빠질 거다. 당연히 총선에는 치명적이다. 저희의 경험이기도 하고."
- 4년 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정부 기조가 확 바뀐 상황이기도 한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고 있나.
"너무나 걱정된다. 최근 국무위원에게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답변이 '윤석열 정부는 역대 어떤 정부보다도 친환경정부'라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기후특위 답변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환경이나 기후 문제를 경시하는 정부는 처음이다. 이명박 정부만해도 입으로는 '녹색성장'을 말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대놓고 '재생에너지 목표는 비현실적이다. 일회용품 사용규제 없앤다'면서 환경이란 의제를 내팽겨쳤다. 그게 나쁜 일인지, 부끄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절망스럽다."
▲ 이낙연 전 총리가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삼육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총학생회 주최 특강애서 강연하기 전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 권우성 |
"이준석 전 대표가 보수에 쓴소리를 하고 대통령과 잘 싸우지만 그는 '보수 혁신'을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보수정당으로 돌아가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이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아설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면 이준석 신당에 지지층을 대폭 뺏겨서 위태로울 일은 없을 거다. 물론 이 전제는, 민주당이 지금보다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 '당의 혁신'이란 면에서 민주당이 꾸준히 비판받는 지점이 강성 지지자들 문제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 대목을 갈수록 세게 비판하고, 신당까지 말한다.
"저는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말씀을 듣고 있는 게 매우 불편하다. 민주당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 '이낙연 신당'을 만들겠다는 흐름은 민주당의 혁신이 아니라 분란이고 분열일 뿐이다."
- 요즘엔 이준석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데.
"눈과 귀를 의심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거대 양당 구조에서 윤석열과 이재명 두 개의 선택지만 강요받고 있다.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고 그게 되겠다'는 취지로 말씀했던데,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지만 그게 이낙연 전 대표가 될 수는 없다.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대선 경선에 도전했고 선택받지 못했다. 그러면 새로운 선택지는 후배 정치인에게 허락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는데, 공감가지 않는다. 2020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와 최고위원 임기를 분리하도록 당헌이 바뀌었다(관련 기사 :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임기 분리키로, 이낙연·김부겸 짐 덜어 https://omn.kr/1o3v5). 사실 딱 한 분만을 위한 당헌개정이었다. 대선 경선과 당대표 출마 기회를 동시에 갖기 위해서 당헌을 고친 것은 사당화 아닌가.
그리고 2021년 4.7 재보선부터 쭉 민주당 패배의 역사가 생겼는데, 그때 당헌까지 고쳐서 후보를 내지 않았더라면 민주당이 좀더 건강한 모습으로 대선을 치르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분도 있다(관련 기사 : '86.6%' 당원 지지 업은 민주당, 서울·부산시장 후보낸다 https://omn.kr/1q85l). 당시 중요한 의사결정을 했던 당대표가 대선 패배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을 듣기 힘들다.
거대 양당을 비판하는 것도, 다른 사람은 할 수 있다. 저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거대 정당의 권력 첨두에 계셨던 분이 갑자기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구조를 비판하면서 제3지대를 만들겠다는 말씀은, 국민들이 볼 때엔 너무 속이 뻔하다. 이 전 대표가 지금까지 양당 구조를 허물기 위한 다당제나 제3지대 육성 혹은 구축을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는가. 기억나지 않는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 남소연 |
"편치 않다. 이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때 총괄선대본부장으로서 38명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또 전직 총리, 중진 선배로서 기여한 바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 이 시점에 당을 분열과 불안의 소용돌이로 몰고가는 일에 앞장서지 않아야 한다. 현재 비판하거나 주장하는 것들은 조금만 시계를 되돌려보면 이낙연 전 대표에게도 적용되는 비판이다.
게다가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는 어떤 공통점도 없다. 유일하게 있다면, 양 진영에서 주류를 놓쳤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나 당 내부가 아니라 외부와 손잡겠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이번 총선 과제를 '윤석열 정권 견제'가 아니라 '이재명 견제'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국민들의 인식이나 여망하고는 동떨어졌다."
- '오죽하면'이라는 사람들도 있더라.
"'오죽하면 그랬을까'로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지난 대선 이후 현재까지 이낙연 전 대표나 그와 함께 하는 분들이 당내에서 적극적인 토론이나 치열한 싸움을 하진 않았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어려운 상황임에도 했어야 '다해봤는데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의 핵심 정치인으로서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의원들이나 고문들의 의견을 모으고, 그걸 통해서 상황을 바꾸려고 적극 나선 모습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와서 '결과적으로 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하는 모습은 우리가 이낙연이라는 큰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모습과 맞지 않다. 나아가 아무 공통점이 없는, 민주당답지 않은 분들과 손을 잡겠다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가치가 아니라 권력을 좇는 걸로 보인다. 그게 국민들이든, 민주당 지지층이든, 정치 후배들이든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옳은 길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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