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빈집세' 신설까지 거론되는 '빈집 대책'

성기호 2023. 12. 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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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인 용산에도 농사를 짓는 곳이 있다.

이 때문에 '빈집세(Empty Homes Tax)'를 징수하자는 의견이 일부 지자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영국은 2013년부터, 캐나다 밴쿠버는 2017년부터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는 빈집이나 별장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를 도입했다.

최근 대전 서구와 충남 부여군은 빈집을 방치할 경우 재산세 중과율을 높이거나, 빈집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 신설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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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인 용산에도 농사를 짓는 곳이 있다. 기자는 결혼 후 신혼집을 용산에 구했는데 집 주변에 농사를 짓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신혼집은 오래된 동네에 지은 지 수십 년이 지난 낡은 빌라였다. 이곳은 장기간 재개발 이슈로 신축 건물이 전무한 지역이었다. 비록 오래된 집이었지만 전셋값이 무척 저렴했고 교통도 편리해 만족하면서 살았다.

단 하나 불만은 주변에 빈집이 많았다는 것이다. 서너 집 건너 한 집은 빈집이었다. 집주인들은 재개발 이슈로 소유는 하지만,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집을 비워 놓았다. 집이 허물어져 형체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 그 집을 허물고 공터로 뒀다. 동네 어르신들이 여기에 농작물을 심어, 빈집이 있었던 자리는 밭이 됐다. 가을이면 동네 어르신들이 빈집 터에서 기른 것이라며 호박 등을 나눠줘 감사히 받아먹었던 기억이 있다. 신혼 때 보던 빈집들은 8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이며, 점점 더 도심의 흉물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8일 제주도청서 17개 시·도 부단체장과 빈집 정비를 논의했다. 국토교통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전국적으로 빈집이 13만 2052채에 이른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임대주택, 리모델링, 주차장 활용 등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이런 방안도 한계가 있다. 빈집도 엄연히 사유재산이고, 재개발·재건축 등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가 빈집을 활용하려 해도 집주인이 거부하면 도리가 없다. 강제 철거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빈집세(Empty Homes Tax)’를 징수하자는 의견이 일부 지자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영국은 2013년부터, 캐나다 밴쿠버는 2017년부터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는 빈집이나 별장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를 도입했다. 최근 대전 서구와 충남 부여군은 빈집을 방치할 경우 재산세 중과율을 높이거나, 빈집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 신설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한 바 있다.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빈집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들어온 우리나라는 같은 길을 먼저 간 일본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일본 교토시는 지난해 3월 빈집세 조례를 만들어 올 상반기 총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르면 2026년부터 세금을 매길 수 있게 된다. 집이 부족해 빈집세를 도입하는 영국이나 캐나다와는 반대로, 일본은 집이 남아돌아 빈집세를 도입한다. 2018년 기준 850만채였던 일본 빈집은 향후 20년간 2000만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일본 정부는 ‘빈집대책특별조치법’ 등을 내놨지만 늘어나는 빈집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자 세금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세계 최고 속도의 저출산 고령화 국가인 우리에게도 곧 닥칠 일이다.

우리 정부도 상황을 잘 안다. 행안부는 최근 입법예고를 통해 빈집 철거 시 주택세액을 활용하는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고, 철거 후 생긴 토지세액의 1년 증가 비율을 30%에서 5%로 인하하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을 진행 중이다. 세금을 통한 해결책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오는 경우를 우리는 앞선 부동산 정책을 통해 경험했다. 정부는 전반적인 실태조사로 빈집 방치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국민과 충분히 소통해 설득력 있는 빈집 대응 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성기호 사회부 차장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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