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전국서 들썩이는 ‘맨발 걷기’ 암 환자에게 좋을까요?
최근 난데없이 진료실에서 파상풍 예방접종을 받아도 되냐는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알고 보니 ‘맨발 걷기’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맨발 걷기는 여러 매체에서 건강 비결로 언급되고, 인기가 높아지자 여러 지역에 맨발 걷기 전용 길이 많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말기 암 환자가 맨발 걷기로 완치했다는 소문도 들리는데요. 암 환자의 맨발 걷기, 괜찮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암 환자에게 맨발 걷기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맨발 걷기는 감염의 위험을 높입니다. 암 자체로 인해서, 또 여러 종류의 암 치료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암 환자에게는 감염이 더 쉽게 발생하는 만큼, 감염은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암 환자뿐 아니라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환자와 고령층도 해당됩니다.
보이지 않는 균, 각종 부작용 위험 높여
그런데 제가 면역력이 약한 이들에게는 맨발 걷기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하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파상풍 예방접종을 미리 받으라는 꿀팁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우리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균은 파상풍균 하나가 아닙니다. 날것의 자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균이 존재합니다. 우리의 피부에도 보이지 않는 균들이 늘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런 균을 상재균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건강할 때는 상재균과 사이좋게 공존하지만, 우리의 면역력이 약해져 있을 때는 상재균의 침입을 막아내지 못 합니다. 발에 상처가 없을 때는 괜찮지 않겠느냐고요? 감염은 눈에 보이지 않고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아주 작은 피부의 균열을 통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항암제의 각종 부작용은 맨발 걷기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항암 치료로 인한 면역력 저하는 감염과 직결됩니다. 항암제의 피부 부작용은 피부를 약하게 해서 감염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일부 약제는 손바닥과 발바닥에 발적, 통증, 수포를 일으키고 피부를 쉽게 벗겨지게 하는 손발증후군을 일으킵니다. 탁센이나 백금 계열 약제를 비롯한 여러 항암제는 말초신경독성도 흔하게 일으킵니다. 말초신경독성이 생기면 손끝이나 발끝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져서 발바닥에 상처가 생겨도 바로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심화되면 균형감각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맨발로 걸을 때는 신발을 신고 걸을 때보다 더 좋은 균형 감각이 필요하므로 말초신경 부작용이 있는 사람이 맨발로 걸으면 낙상의 위험이 커집니다. 연령이 높거나 당뇨병이 있다면 그로 인해 이미 말초신경기능이 감소돼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발 신고 걸어도 운동 효과 충분
효과 측면에서는 어떨까요? 맨발 걷기의 건강 효과를 찾아보면 여러 주장이 제기됩니다. 혈액순환 촉진, 심리적 안정, 고유 감각 향상, 발 근육 강화, 접지 효과…. 이런 것들이 맨발 걷기의 효능으로 꼽힙니다. 의학적으로 분명치 않은 접지 효과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맨발로 걷지 않더라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효과입니다.
중요한 것은 운동이고, 걷기는 우리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좋은 운동입니다. 신발을 신고 걸어도 우리는 이러한 걷기의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맨발은 우리에게 새로운 좋은 자극이 되어줄 수는 있지만, 위에 언급한 위험을 고려한다면 안전하게 신발을 신는 것이 좋겠지요. 푹신하고 두껍고 부드러운 양말을 신으시고, 쿠션이 좋은 운동화를 착용하길 권합니다.
상황에 알맞은 꾸준한 운동이 최고
패션이 유행을 타듯, 암 환자에게 좋다는 여러 가지 정보들도 유행을 탑니다. ‘무엇으로 완치가 됐다더라’는 무용담은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사람들의 절박한 마음을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새로운 건강 비결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겠지요.
이러한 유행에는 둔감해지셔도 괜찮습니다. 옥석을 가려내듯, 나의 상황에 잘 맞는 건강 행동을 선별해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제 1의 건강 비결’이 무엇이냐고요? 고른 식사를 통한 영양 섭취와 적당한 유산소·근력운동의 병행,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입니다. 다소 재미없는 비결이지만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라는 영문 속담처럼 ‘승리는 꾸준한 자의 것’입니다.
모쪼록 암과의 전쟁에서, 그리고 각자의 인생의 영역해서 승리하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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