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사상 최고액' 오타니, '연봉 97%'는 계약 끝나고 수령…그만큼 간절했다
차승윤 2023. 12. 12. 08:08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가 우승을 향한 강한 열망을 계약서로 드러냈다. 무려 연봉의 97퍼센트 이상을 은퇴 후에 받기로 했다.
미국 디 애슬레틱의 다저스 담당기자 파비안 아르다야는 "단독 보도한다. 오타니는 연봉 7000만 달러 중 6800만 달러를 10년 7억 달러 계약이 끝난 후에 받는다"고 전했다. 미국 ESPN의 저명 기자 제프 파산도 "오타니 연봉의 사치세 계산은 연 4600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말 그대로 충격적인 수준의 지불 유예(디퍼)다. 디퍼는 과거 맥스 슈어저(텍사스 레인저스)를 비롯해 대형 계약 선수들에게 자주 활용돼 왔다. 그러나 아무리 많아도 계약의 10~20%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퍼를 하는 건 사치세 기준 연봉 계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디퍼를 해도 은행 금리에 맞춰 추가 지불하면 가치가 떨어지지 않지만, 대부분 그보다 낮은 이자로 계산해 지불한다. 선수는 총액을 높여 자존심을 지키고, 대형 계약 이후에도 전력 보강을 원하는 팀은 연봉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이 정도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타니와 함께 뛰는 무키 베츠의 경우 12년 3억 6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으나 1억 1500만 달러를 디퍼해 사치세 기준 연봉 계산은 약 2550만 달러로 잡힌다. 베츠는 3분의 1 수준이었으나 오타니는 무려 97% 이상을 디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디퍼는 오타니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타니 본인도 자신의 연봉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해도 충격적인 액수인 점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오타니가 부외 수입이 크기 때문인 점도 중요하다. 오타니는 올해에만 개인 광고, 스폰서 수입 등으로 4500만 달러를 벌었다고 전해진다. 다저스에서 연봉 전액을 디퍼한다 해도 오타니 개인의 소득에 큰 지장은 없을 정도다.
그만큼 오타니는 우승에 간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데뷔해 6시즌을 뛰었지만 그는 아직 우승은 물론 포스트시즌에도 나가보지 못했다. 일본프로야구(NPB) 시절 니혼햄 파이터스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마무리 투수를 자처하면서 우승의 주역이 됐다. 승부욕의 화신인 그가 자신의 희생으로 우승을 향한 전진을 선포한 셈이다.
오타니의 '전격 지원'을 받게 된 다저스는 말 그대로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 됐다. 2000만 달러 이상 사치세에 여유가 생기면서 투수 보강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은 다저스를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에 이은 야마모토 요시노부 영입전의 선두 주자로 봤다. 딜런 시즈(시카고 화이트삭스) 코빈 번스(밀워키 브루어스) 타일러 글래스노(탬파베이 레이스) 등 트레이드 후보들과도 고루 연결돼 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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