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사업자 논란’ 그 후 1년…공정위의 특고 노조 제재 되풀이될까
공정위는 관련 제도정비 용역 마무리
지난해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본부와 전국건설노조를 사업자단체로 간주하고 제재에 나서 논란을 불렀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관련 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용역을 마무리했다. 근로자와 사업자의 중간 성격을 띤 이들 단체의 쟁의를 얼마까지 노조 단체행동으로 인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다만 올해 들어 이들 단체의 존재감은 크게 위축됐다. 공정위 내부에서 보는 과제의 중요도 역시 이전보다 떨어진 모습이다.
같은 달 공정위는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상대로도 과징금을 부과했다. 화물연대와 달리 고용부의 설립 필증을 받은 정식 노조였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마찬가지로 ‘사업자단체’였다. 특히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를 현장에서 내몰기 위해 레미콘 운송을 중단하며 건설사를 압박한 행위가 문제로 지적됐다. 노동조합법에 보장된 정당한 단체행동의 선을 명백하게 넘었다는 취지였다.
제재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특히 이들 특수형태고용종사자(특고)의 단체행동이 어디까지 노조 활동인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특고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개인사업자이면서 실질적으로는 업무 지시를 받아 활동하는 ‘회색지대 근로자’를 뜻한다. 대형 사업주와 직접 계약을 맺고 일한다는 점은 자영업자와 같지만, 근로 조건이 사실상 사업주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은 근로자와 동일하다. 대표적인 특고 직군으로는 화물차 기사 외에도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등이 꼽힌다.
본래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를 적용 대상으로 삼는 법이다. 노조의 단체행동은 노조법상 정당한 행위로 인정될 경우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노조라도 사업자적인 성격을 갖추고, 노조법상 인정 범위를 벗어난 부당공동행위를 저지른다면 충분히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2월 대정부질문에서 “(화물연대는) 구성원 대부분이 직접 또는 위탁을 받아서 화물 운송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라며 “노조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문제를 조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도 공정위와 유사한 입장을 드러냈다. 노조 설립 및 근로자성 인정과 공정거래법 적용은 양립할 수 있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 인정과 공정거래법 규율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반대 측에서는 근래의 판례들이 점차 특고의 성격을 근로자로 규정해왔다고 반박한다.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서울행정법원이 택배 기사들의 노조 설립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특고를 근로자로 보는 흐름은 해외에서도 관찰된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인 사업자로 구성된 단체의 단체교섭 및 협약에는 공정거래법 등의 경쟁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현재 공정위의 화물연대 조사는 법정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상태다. 지난 1월 공정위는 세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했다. 재판에서 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여부를 따져보는 만큼, 공정위는 판결이 나온 후에 본안에 대한 조사 속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 7월 경쟁 노조의 하역 작업을 방해한 울산항운노조를 사업자로 보고 공정위의 제재가 적법했다고 결론지은 대법원 판결은 공정위에게 호재로 풀이된다.
하지만 근시일 내에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공정위가 이 사안을 ‘지나간 이슈’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활동이 위축되자 조직 내의 우선순위도 덩달아 떨어진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도 사안이 조직 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용역)결과물을 받은 만큼 규정 보완 필요성이 있는지부터 차근차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에서 공정위의 ‘노조 탄압’을 막아야 한다며 발의했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로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지난 2월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사이 소속 위원회를 정무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옮겼다. 특고 노조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해 이미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던 공정위와의 시각 차를 좁히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저희는 기본적으로 (근로자로 보는 시각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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