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서 포클레인→그라인더 소리…제주도 굉음 담은 루시드폴 [엑's 인터뷰③]
(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엑's 인터뷰②]에 이어) "제가 운동가가 될 수는 없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저항할 수는 있죠. 환경문제처럼 워낙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지구에 죄를 짓고 사니까 속죄의 의미를 담았어요."(루시드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갤러리 스페이스 소포라에서 진행된 두 번째 앰비언트 앨범 '비잉-위드(Being-With)'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비잉-위드'는 한 마디로 '모든 걸 품은 음악 모음집'이다. 정말 모든 걸 품었다. 사람의 소리부터 바닷속 생물과 풀벌레, 미생물이 내는 소리와 공사장에서 담은 온갖 굉음까지. 특히 마지막 트랙인 '트렌센던스(Transcendence)'는 삶과 죽음 너머로 흩어진 영혼을 진혼하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혹은 무시했을 일상의 소리 하나하나를 축약한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루시드폴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대신 "이 음악이 누구의 귀에도 거슬리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마치 향초처럼, 스며들고자 한 것.
이같은 이유로 루시드폴에게 이번 앨범을 작업하는 과정은 '어려운 싸움'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철저하게 사운드 적으로 완성됐다. 우리가 가장 영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가사가 없으니까 듣는 이들에게 어떤 공감적 체험을 줄 수 있는지 거기서 승부가 난다"며 "그래서 내가 만들고 마음에 안 드는 소리의 질감이 나올 수도 있고, 뚝딱 만들었는데 밑도끝도 없이 듣고 싶은 소리가 나올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소리가 나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 판단하면서 계속 의심하게 된다. 마스터링을 4번이나 했다. 듣기 싫은 소리는 없는지 레이어를 쌓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공명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이틀곡 '마테르 돌로로사(Mater Dolorosa)'에는 포클레인 소리, 그라인더 소리, 철근 떨어지는 소리, 육중한 중장비 소리 등 공사장에서 채집한 굉음이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귀를 틀어막을 소리를 루시드폴은 꾹꾹 눌러 담은 것이 특징.
공사장 소리를 채집했다고 사전에 공지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교묘하게 새로운 소리를 구현한 루시드폴은 이러한 과정을 "발효시켰다"고 표현하기도.
루시드폴은 "미생물을 발효시키면 새로운 향이 나지 않나. 우유를 발효시키면 요구르트향이나 치즈향처럼 없는 향이 나듯이 말이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굉장히 잘게 잘라서 뒤섞은 뒤 새로운 톤을 만든다. 여러가지 툴을 이용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예상하지 못한 듣기 좋은 사운드스케이프가 나올 때가 있다. 그 샘플을 악기에 심어서 화음이나 멜로디라인으로 만든다"고 그 과정을 밝혔다.
수많은 소리 중 공사장 소리를 택한 이유로 루시드폴은 "제가 치유받고 싶었다. 제주도에는 1년 365일 공사하는 곳이 너무 많아서 주변이 시끄럽다. 어떻게 보면 날카롭고 듣기 싫은 소리들을 업사이클링한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며 "음악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러한(기피하는) 소리들을 음악으로 만들어서 세상에 다시 돌려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수많은 소리를 재료 삼아 만든 이번 앨범에서 음악의 '질감'을 느껴볼 것을 강조한 루시드폴은 "음악 하는 사람 입장에서 글을 쓰면서 고통스러웠던 건 청각을 표현할 형용사가 없다는 것이다. 촉각이나 미각은 (표현할 형용사가) 많지만 청각은 기껏해야 시끄럽다, 조용하다 정도다. 왜 우리 선조들은 청각에 대한 형용사를 안 만드셨을까. 애석하지만 질감이란 것도 결국 촉각인데 빌려 쓰는 거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런가 하면 루시드폴은 타이틀곡의 댄스 필름이 함께 공개된다고 귀띔해 기대를 더했다.
그는 "종속된 형태의 뮤직비디오가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승리 무용가님이 출연해 주셨는데 (영상에) 무용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 영상이 어떻게 나올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 이분의 무용을 보고 너무 놀라서 제가 직접 컨택했다"고 이야기했다.
루시드폴은 "올해 가족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라는 말로 마지막 트랙인 '트렌센던스(Transcendence)'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이 곡의 작업을 10분 남짓 남겨두고 장례 소식을 들었다. 문득 '장례식장에 음악이 나오면 안 되나?' 싶어서 물어봤더니 안 될 건 없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이 곡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계속 틀었다. 어느 순간 (음악을) 멈추면 장례식장 분위기가 확 식더라. 다시 재생하면 히터 킨 것처럼 공기가 따뜻해졌다"고 일화를 전했다.
이어 "사실 입관할 때도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다. 사람의 귀는 마지막에 닫힌다고 얘기하지 않나. 망자가 돌아가실 때 거기다 대고 슬프게 울지 말고 좋은 기운과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던 것. 물론 주변에 우시는 분들이 많아서 하진 못했지만 (곡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뼈대로 1시간짜리를 만든 뒤 마지막 믹스를 마치고 집 근처 가톨릭 동산에서 새벽에 아무도 없을 때 1시간 동안 들으면서 마지막 모니터링을 했다. 다 들을 때쯤 되니까 해가 뜨더라"라며 "곡이 끝나니까 저만의 추모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곡은 한 사람의 영혼을 추모하는 곡으로 남았다. 누군가 이런 존재가 있다면 이 곡을 한 번 들어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루시드폴의 '비잉-위드'는 오는 12일 오후 12시 발매된다.
사진=안테나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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