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그 '빅텐트'는 대체 언제 쳐지나 [기자수첩-정치]
이준석 "당내 화합도 못하면서" 비판
내년 총선 승리 못하면 '레임덕 위기'
고조…"외연확장할 빅텐트 꼭 쳐야"
중국 전국시대 대표적인 유세객이자 종횡가인 소진(蘇秦)이 기획한 합종책(合縱策)은 외교술의 근간으로 여겨진다. 합종책은 소진이 고안한 전략으로 당시 초강대국이던 진(秦)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 등 6국의 세력을 합쳐 서쪽의 진과 대적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 계획을 실행한 소진은 6국 재상의 인수를 허리에 차게 됐고, 합종 동맹이 만들어진 후 진나라는 감히 함곡관 밖으로 군대를 보내지 못하고 웅크린 상태로 15년을 지내야 했다. 합종책의 교훈은 현재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다. 강력한 세력에 맞선 이들이 취할 가장 좋은 선택지가 '연대'라는 점에서다.
이를 현재 국회 현실에 적용해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을 쥐고 있다고는 하나, 현 시점에서 국회 내 최강 세력은 168석의 더불어민주당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 집권 이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다수 의석에 막혀 국정운영에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어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 안팎에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승리가 절실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의 현주소는 총선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 각종 여론조사와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가 그 근거다. 이런 위기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혁신위원회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번엔 불통 지도부가 문제가 됐다.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는 선언은 현실화되지 않았고, 퇴진을 요구받은 중진·지도부·친윤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겠다는 메시지만을 냈다.
이 같은 고집불통의 모습은 결국 내분으로 이어졌다. 한때 지도부를 이끌었던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예고하고 있으며, 유승민 전 의원은 현실정치에 이렇다할 얘기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당내 핵심세력이라 불리는 친윤과 거리가 먼 의원들의 목소리는 윤핵관들의 목소리에 덮여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은 양극단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찍을 정당이 없다"는 푸념과 함께 '중도'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이 중도층이 내년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여의도에 떠다닌 건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의식하고 있는 지도부 역시 중도층 흡수를 위한 '빅텐트론'을 내놨다. 심지어 그냥 빅텐트도 아닌 '슈퍼 빅텐트'를 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빅텐트의 모습은 요원하다. 심지어 텐트를 칠 자리조차 다져놓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친명계의 망동을 견디다 못한 5선의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한 뒤 지난 6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김기현 대표는 언론에만 (빅텐트) 얘기하지 말고 전화라도 한 통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뭐하는 거냐. 인재가 여기 이렇게 있는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연락을 받지 못한 이 의원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와 11일 회동을 하고 연대 가능성을 타진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합리적인 진보세력'을 포용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에 위기를 겪고 있다. 중도층이 가장 많이 쏠려 있는 수도권을 잡기 위해선 진정한 의미의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김기현 대표가 최근 "슈퍼 빅텐트를 치겠다"고 하자 이준석 전 대표는 이튿날 "당내 화합도 못하면서 어디에 빅텐트를 친다는 것이냐"고 받아쳤다.
국민의힘 빅텐트론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대선 승리를 위해 함께 뛰었던 이준석·유승민을 내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두 사람을 내팽개치듯 쳐낸 전력이 있는 국민의힘을 어떻게 믿고 쓸모가 없어지면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우려를 안고 빅텐트에 합류하겠는가.
전국시대 때 합종책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당사자인 6국이 사이가 좋아서가 아니다. 여섯 나라가 모두 '진나라 견제'라는 한 가지 목적으로 뭉치고 연대했기 때문에 동맹이 10년 넘게 유지됐던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정말로 국가를 위한다면, 윤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돕기를 원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이준석·유승민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것으로부터 빅텐트를 치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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