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타고 내년 D램시장 66% 성장”…삼성·하이닉스 반등 신호
올해 15년 만에 최악의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두고 ‘내년엔 확실히 달라진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공지능(AI)·서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대기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11일 금융투자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각각 글로벌 메모리 업계 1·2위인 두 업체가 내년 흑자 전환을 넘어 다시 연간 10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호황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선 SK하이닉스가 4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끊어내고 올 4분기 1000억원대 흑자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 1분기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D램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의 봄’이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 제품은 AI 전용 칩과 고성능 서버 구동의 핵심 메모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D램 빅3’ 가운데 고부가 D램 시장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인 만큼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고부가 메모리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현재의 9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칩 선두주자인 미국 엔비디아의 H100은 물론, 지난 6일(현지시간) AMD가 ‘엔비디아 대항마’로 내놓은 MI300 시리즈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 탑재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칩 하나에 HBM이 4~8개 들어간다. 구글·아마존·MS 등도 내년 본격적으로 AI 개발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 구축에 돌입한다. 모두 차세대 메모리 탑재가 필수다.
HBM·DDR5의 등장으로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 범용 제품 위주의 메모리 시장도 바뀌고 있다. HBM은 D램을 많이 쌓는 구조인 만큼 데이터 저장 용량이 크고, 가격 역시 일반 D램보다 5배 이상 비싸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을 비롯한 서버용 고용량 D램 사업에서 30%에 가까운 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평균 이익률의 두 배 이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재고 조절에 성공하면 두 회사가 내년에는 50%가 넘는 기록적 이익률을 빠르게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2년 넘게 내리막길을 걷던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 가격은 최근 두 달 연속으로 상승했다. D램 범용제품(DDR4)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9월 1.3달러에서 지난달 1.55달러로 19.2% 상승했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 역시 9개월 만에 4달러를 넘어섰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통 재고 정상화와 감산 영향으로 인해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내년 AI 서버 수요 폭발에 힘입어 66.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메모리 시장이 올해보다 40% 성장한 1300억 달러(약 17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당분간 삼성과 하이닉스가 고부가 D램의 신규 수요 중 80% 이상을 가져갈 것”이라면서도 “기술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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