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침공’ 계속되나…이과 수험생 절반 “교차지원 의사”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응시한 이과생 두 명 중 한 명은 대학 인문·사회 계열로 교차 지원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과생의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종로학원은 8~9일 수능 성적통지표를 받은 수험생 202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과학탐구에 응시한 수험생 가운데 인문·사회계열에 진학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 비율이 50.5%로 절반을 넘었다고 밝혔다. 성적대별로 보면 1등급대(국어·수학·탐구·영어 평균) 수험생 중에서 교차 지원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1.5%로 평균보다 낮았지만, 2등급대에선 58.8%였다. 4등급대도 70.6%로 높았다.
이번 수능에서 ‘이과생 우위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수학 1등급(상위 4.2%)을 받은 응시생 중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비율은 96.5%로 지난 수능(81.4%)보다 크게 늘었다. 미적분·기하는 주로 이과생, 확률과통계는 문과생이 응시하는 과목이다. 또한 미적분 선택자는 표준점수 만점이 148점이지만, 확률과통계 선택자 만점은 137점으로 11점 차이가 난다.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각각 3점 차이였다. 표준점수란 수험생이 받은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점수로, 시험이 어렵게 출제될수록 평균이 낮아져 표준점수가 높아진다.
사회·과학탐구도 선택과목별 격차가 크다. 사회탐구에서 표준점수가 가장 높은 선택과목은 경제(73점)인데, 과학탐구의 화학Ⅱ(80점)보다 7점 낮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낮은 선택과목으로 비교해도, 사회탐구의 세계사(63점)가 과학탐구의 지구과학Ⅰ(68점)보다 5점 낮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과에 상관없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과생들에게는 상당히 유리한 구도”라며 “인문계 학과로 교차 지원하는 현상이 매우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 ‘문과 침공’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초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수능 필수 응시과목 폐지’를 평가 지표로 내걸었다. 이과생들은 인문·사회계열에 장벽 없이 지원할 수 있는데, 문과생들이 이공계열에 지원할 경우 미적분·과탐 등 수능 필수 응시 과목 제한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146개 대학에서 확률과통계, 사탐을 응시한 문과생도 이공계나 의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응시 전형을 바꿨다고 했다.
하지만 수능·교육 제도 자체가 변해야 문과 침공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과생의 이공계 지원이 가능하더라도, 선택과목별 유불리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또한 문과생이 이공계에 진학하더라도 수학 등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 7일 “내년부터 (수능 체제가 바뀌는) 2028학년도 수능 이전까지 선택과목 유불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면밀히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교육부는 이르면 이달 말까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같은 설문조사에서 대입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0.4%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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