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0만 공인중개사 표몰이"…총선앞 '직방금지법' 꺼낸 野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10총선을 4개월 앞두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나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오는 21일 회의를 열고 지난해 10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한다. 이 법안은 임의단체인 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로 격상하고 ▶회원 윤리 의무를 위반할 시 페널티 처분 권한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또 개업공인중개사의 협회 가입도 의무화했다. 김 의원은 제안설명에서 “공인중개사의 윤리의식 제고를 위해 공인중개사협회의 지도·관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발의 후 1년 2개월 동안 전혀 논의되지 않다가 지난 4일 심사대상에 전격 포함됐다. 민주당의 적극적인 요청 때문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4일 간사단 회의 당시 야당이 ‘심사를 늦출 수 없다’며 안건 포함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총선 전에 처리하겠다는 계획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개업 공인중개사는 11만2817명이다. 서울(2만4817명)과 경기(3만1488명)에 50%가 집중돼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는 지난해 10월 기준 52만1421명이다. “야권이 50만 공인중개사 표몰이 수단으로 이 법안을 밀고 있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오는 이유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뜬금없이 공인중개사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공인중개사는 물론 그와 관련 있는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 아니겠냐”며 “만약 법 통과가 불발되더라도 ‘나는 당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법안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은 것은 소비자 편익이 줄어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인중개사협회는 현재 국토교통부 장관, 시·도지사가 가진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권을 위탁받는다. 예컨대 협회와 의견이 다르거나, 중개수수료를 할인해주는 개별 공인중개사에게 공인중개사협회가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를 했다’는 명목으로 제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직방·다방·호갱노노 등 기존 요율보다 절반 수준의 낮은 중개수수료를 책정하는 프롭테크(부동산기술·Property Technology) 기업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크다. 또 공인중개사협회가 자의적인 윤리규정·정관을 통해 프롭테크 기업과 사업을 연계하는 개별 공인중개사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020년 3월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비견해 '제2의 타다금지법’이라는 말도 나온다.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해 소비자(택시 고객) 편익이 커졌지만, 정치권이 기존 사업자(택시업계)를 옹호해 신사업(타다)이 오히려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한 구조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 타다에 반대한 택시업계처럼 일부 공인중개사가 지역구에서 국토위 소속 의원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이 법은 ‘직방금지법’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부부처는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국토위 심사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국민 권익보호와 행정 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단속 업무를 협회에 위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협회를 법정 단체화하는 것 역시 전세사기 등으로 공인 중개사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은 점을 감안해야한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만약 협회가 독점적 지위·권한을 가지면 오히려 공인중개사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경쟁 제한적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병욱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인중개사 권한을 높여주면서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고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 법안의 취지”라며 “윤리규정도 협회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닌 국토부와 협의해 정하도록 해 자의적 지도·관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일부 플랫폼 기업 영업과는 큰 관련이 없는 법안이다. 하지만 만약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다면 충분히 듣고 심의과정에서 수정·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이현출(정치외교학) 건국대 교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좀 쓰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약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표를 의식해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법안은 신중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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